영화 <엽문4: 더 파이널>의 전쯔단. 키다리이엔티 제공
[특파원 칼럼] 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두 중국인이 있다, 전쯔단(견자단·60)과 쉬샤오둥(44). 전쯔단은 영화 <엽문> 등에 출연해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액션 스타다. 쉬샤오둥은 베이징에서 격투기 체육관을 운영하며, 유튜브 영상을 올리는 격투기 선수다. 무술인이라는 점을 빼면 공통점이 별로 없는 둘을 굳이 비교하는 건, 두 사람이 사는 중국이 너무 달라서다.
전쯔단은 홍콩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영춘권을 익혀 홍콩과 중국에서 액션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살던 어린 시절에는 거리의 춤꾼으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올해 나이 60살이지만, 철저한 자기관리와 유창한 영어로 지금도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종종 출연하고 있다.
쉬샤오둥은 베이징 출신으로 중국식 교육을 받았다. 축구와 농구를 좋아하던 쉬샤오둥은 고교 시절 체육학교에 들어가 격투기를 배웠다. 본인이 격투기를 배운 학교에 전쯔단과 리롄제(이연걸)가 다닌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무명의 격투기 선수였던 쉬샤오둥이 유명세를 탄 것은 30대 중반 시작한 사이비 전통 무술가들과의 시합이었다. 태극권, 영춘권을 수십년 익혀 천하무적이라고 떠벌리던 이들이 쉬샤오둥의 주먹 한방에 나가떨어지면서 ‘사기꾼 잡는 무술가’로 이름을 알렸다.
“2019년 홍콩 송환법 반대 소요는 시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폭동이었다.”
전쯔단이 지난달 말 잡지 <지큐>(GQ)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미국물’을 먹고 자라 할리우드에서도 활동하는 전쯔단은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중국 사랑을 마음껏 표현했다. 그는 중국의 현대화 과정이 놀랍지만, 해외 언론은 중국에 공정하지 않다며 <비비시>(BBC)와 <시엔엔>(CNN)을 콕 집어 “진실에 대해 절대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홍콩 시위가 폭동이라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지만, 2017년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중국 국적을 취득한 그가 중국의 성공을 자랑스러워하고 이를 표현하는 것은 자유다. 워낙 유명세가 높아 이런 불편한(?) 얘기를 쏟아내도 영국과 미국 언론은 기꺼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당연히 중국에서도 톱스타 대우를 받으며 영화 출연은 물론 영화 제작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쉬샤오둥(왼쪽)이 회원과 훈련을 하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쉬샤오둥은 다르다. 지난달 13일 베이징 한 격투기 체육관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했지만, 그는 하고 싶은 얘기를 거의 할 수 없었다. 왜 중국 인터넷에서 그의 기사가 다 삭제됐는지, 2021년 말 한국으로 오려던 계획이 왜 좌절됐는지 물었지만 그는 “대답할 수 없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도 베이징 당국에 ‘민감한 내용이 담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 뒤에야 이뤄졌다.
쉬샤오둥이 전쯔단처럼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것은 그가 중국 정부가 불편해하는 주제들에 관해 전쯔단과는 다른 행동을 하고, 다른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그는 2015년부터 중국의 자랑인 전통 무술의 허실을 폭로했으며, 2019년에는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그 결과, 쉬샤오둥은 현재 본업인 격투 시합조차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의 이유를 말하지는 못했지만, 사이비 무술가들과 싸운 것은 “잘못된 것을 보고 참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을 자랑스러워하는 전쯔단과 중국을 불편하게 하는 쉬샤오둥, 누가 진정 중국을 사랑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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