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이(RE)100’은 제품 생산 과정에 필요한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로만 충당하자는 국제 캠페인이다. 지난해 2월 대선 후보 토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그게 뭐죠?”라고 되물어 ‘반짝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삼성전자 등 국내 굴지 대기업들의 탈탄소 움직임과 함께 언론에 자주 보도되면서 ‘아르이100’은 이제 대중들에게도 제법 친숙한 용어가 됐다.
‘아르이100’ 캠페인은 국제 비영리기구 ‘클라이밋 그룹’(Climate Group)의 주도로 2014년에 시작됐다. 이 단체의 누리집을 보면, 현재 전세계 399개 기업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은 23곳이다. ‘아르이100’만큼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 단체가 벌이는 국제 캠페인에는 ‘이피(EP)100’, ‘이브이(EV)100’도 있다. 이피는 ‘Energy Productivity’(에너지 생산성)의 약자로, 에너지 효율을 높여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이피100’ 회원이 되려면 25년 이내에 에너지 생산성을 2005년 대비 2배 향상시키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이브이100’은 기업의 운송수단을 2030년까지 전기차(Electric Vehicle)로 100% 바꾸자는 캠페인이다.
이 가운데 ‘이피100’은 국제 에너지 위기를 맞아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12월, 그해 에너지 효율 개선 속도가 지난 2년간에 비해 4배 증가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기구는 2018년 내놓은 보고서에서는 전 지구적 기후 목표 달성에 필요한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 감축량의 40% 이상을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을 계기로 정부가 3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과 ‘한국형 에너지 효율 혁신 파트너십’ 협약을 맺는 등 에너지 생산성 향상에 나섰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에너지 안보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도 에너지 효율화는 필수적이다. 에너지 효율화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의 첫번째 연료’라고 부르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종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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