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균의 메타버스] 김상균 | 인지과학자·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챗GPT, 달리2 등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하여 글, 그림 등을 창작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인공지능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모두에서 우리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긍정적인 측면은 더 빠르고 효율적인 콘텐츠 제작을 가능하게 하여 창조산업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기사와 뉴스의 신속한 생산을 가능하게 하여 저널리즘 분야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 기반 그리기 및 쓰기는 장애가 있는 개인의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고려해야 할 잠재적인 부정적인 결과도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콘텐츠의 광범위한 사용은 인간의 창의성에 부여된 가치를 감소시키고 작가와 예술가의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이 생성한 콘텐츠가 허위 정보를 퍼뜨리거나 여론을 조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결론적으로 쓰고 그리는 인공지능의 영향은 주로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사용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지며 인공지능의 배포가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도록 보장하기 위해 잠재적인 이점과 단점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의 내용은 필자가 적은 글이 아니다. 챗지피티(ChatGPT)라는 대화형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챗지피티, 달리2와 같은 인공지능 도구들이 가져올 명암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받은 답변이다. 인공지능이 우리말로 번역도 해줬다. 필자 주변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글쓰기, 보고서 구성, 그림 작업 등에 이런 인공지능 도구를 활용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관련 기법을 공부하는 모임도 만들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필자에게 이런 도구가 쓸 만한지 묻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앞서 옮겨온 챗지피티의 답변은 문장 구성, 논리적 흐름에서 전반적으로 꽤 훌륭하다. 학부 수업에서 반쪽 분량의 짧은 과제를 내주고 이런 결과를 받았다면,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줬을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앞서 챗지피티가 제시한 답변이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일례로, 이런 인공지능 도구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기존 인터넷 검색 방식보다 더 많은 컴퓨팅 인프라가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챗지피티에 다른 질문을 던져봤다. 한국 역대 대통령의 주요 업적을 열거해달라고 하니, 역대 대통령의 재임기간과 주요 정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그런데 그 답변에는 현재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정리돼 있었다.
요컨대, 이런 인공지능 도구가 꽤 놀라운 성능을 보이지만, 답변에 담긴 논점과 정보의 진위를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글의 핵심은 논점과 진위인데, 그 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고 하니 인공지능이 제시한 답변을 영 쓸모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런 뜻은 아니다. 구글, 네이버 등의 검색 사이트에서 정보를 찾아도 모두가 동일한 정보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어떤 정보를 취해서, 어떻게 사용할지는 각자의 결정과 책임이다. 인공지능 도구를 통해 얻는 결과물은 유일한 답이 아니라 여러 대안 중 하나일 뿐이다. 그 대안의 의미와 가치를 가늠하여 결정하는 책임은 온전히 인간에게 있다.
이런 결정과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면, 인공지능 도구는 인간의 사고를 확장하는 새로운 도구로 정착하리라 본다. 쓸 만한 도구가 우리에게 생긴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결정과 책임의 무거움을 피해서, 그저 인공지능 도구가 던져주는 답안을 받아먹기만 한다면, 인간은 인공지능이라는 머리에 쓸 만한 팔다리가 될 뿐이다. 결정은 인공지능이 하고, 그 결정을 실행하는 역할을 인간이 맡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을 쓸 만한 도구로 삼을지, 아니면 인공지능의 쓸 만한 도구가 될지, 인간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고민은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 스스로가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