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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국가균형발전, 누구를 위한 것인가?

등록 2023-02-12 18:33수정 2023-02-13 02:38

경남연구원이 지난해 3월23일 발간한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 홍보자료 표지. 경남연구원 제공
경남연구원이 지난해 3월23일 발간한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 홍보자료 표지. 경남연구원 제공

[세상읽기] 김공회 | 경상국립대 경제학부 교수

우리 사회에는 국가균형발전을 두고 지방에 대한 ‘퍼주기’라고 깎아내리는 통념이 있다. 이런 통념에선 현재 그 대상이 되는 지역에 사는 주민이 균형발전 정책의 수혜자로 쉽게 상정된다. 과연 그럴까?

지난 8일 부울경특별연합 규약 폐지안이 부산시의회를 통과했다. 특별연합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중심이 돼 추진한 부울경메가시티를 향한 실질적이고 제도적인 초석이었다. 이 폐지안은 이미 경남도와 울산시에서도 가결된 터이므로, 지난해 4월 승인돼 올해 1월 출범 예정이었던 특별연합은 출범도 못 한 채 역사가 된 셈이다. 이로써 경남·부산·울산의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기로 된 국비 35조원이 든 밥그릇을 제 발로 걷어찬 셈이기도 하다. 이런 사례를 두고도 균형발전의 수혜자가 지역민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실로 지역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그중에는 메가시티와 같은 방식으로 지역이 발달하기를 바라는 이들도 많지만, 반대로 그보다는 당장 나와 가까운 곳에 자잘한 편의시설이 생기는 걸 더 반기는 사람들도 많다. 둘 다 중요하겠지만, 전자가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라 자체적인 인력과 각종 여건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결국 후자의 방향으로 예산이 사용되곤 한다. 그 결과 전자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경제학자 허시먼의 개념을 빌리면, 지역 안에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voice) 지역을 떠나는(exit) 선택을 하기 쉽다. 이렇게 해서 지역은 굉장히 특징적인 형태의 발전경로를 취하게 되고, 그 안에는 그런 발전경로를 어떤 식으로든 받아들이는 사람들만 대체로 남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발전경로에 성급하게 가치평가를 해서는 안 된다. 지금 있는 학교로 직장을 옮기면서 내가 경남 진주에 산 지도 이제 7년째에 접어든다.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품었던 질문이 하나 있었다. ‘왜 사람들은 여기에 사는가?’ 보통은 ‘왜 떠나는가’라고 묻는다. 그 결과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지역의 온갖 결핍들을 아프게 꼬집는다. 의료와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고 각종 유흥거리가 부족하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외려 그래서 나는 궁금했다. 그런데도 왜 어떤 사람들은 여기 사는 걸까?

실제로 지역에 와보니, 살기가 참 좋다. 수려한 산천을 가까이 두고 있으니, 대도시에서는 그저 사람들의 옷차림으로만 알 수 있었던 계절의 바뀜을 여기에서는 자연의 옷차림, 상차림의 구성과 철새의 이동에서 입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자연뿐 아니라 사람과 어울리는 데서도 도시와는 사뭇 다른 감칠맛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러니 부울경특별연합이나 메가시티가 현재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절박하게 다가가지 않는대도 이상할 게 없다. 균형발전이라는 것도 지역민에게는 상대적으로 먼 관심사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그것이 중요하지 않은 문제일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최근의 인구이동 통계를 보여주면 좋을 것이다. 지난해 부산·울산·경남에서 4만1645명이 다른 지역으로 순유출했고, 그중 2만9060명이 수도권으로 향했다. 전국적으로 봐도, 인구가 꾸준히 줄어드는 가운데 최근 3년간 연평균 6만명 정도가 수도권으로 순이동했다. 이 움직임의 끝이 무엇인지 우리는 안다. 바로 지역소멸이다.

그런데 지역소멸도 지역에 실제 거주하는 사람들에겐 큰 위협이 아닐 수도 있다. 구미나 통영처럼 기존에 커다란 공단 등이 있다가 빠져나간 지역들이 지역소멸 사례로 자주 언급되곤 하지만, 다른 많은 곳에서 지역소멸의 풍경은 이상하리만치 평화롭고, 또 풍요롭기까지 하다. 이곳의 사람들에게 젊은 이웃보다는 자잘한 편의시설이 더 절박하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래서 우리는 지역소멸과 균형발전에 관한 질문들을 새롭게 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헌법에도 명시된 국토의 효율적 이용의 문제이지, 특정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다. 이것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그것은 지역민에게 이로울 수도 있지만, 그것을 가장 절박하게 원하는 이는 그들이 아닐 수 있다. 따라서 균형발전에선 중앙정부가 강력한 비전과 의지를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부울경특별연합 폐지가 단순히 지역의 문제가 아닌 것도 그래서다. 그러한 지원 속에서 지역은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기획할 수 있어야 하며, 지역 안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목소리를 크게 내도록 북돋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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