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스톡 페스티벌’은 1969년 8월15일부터 나흘 동안 미국 뉴욕주 북부 베설(베델)의 한 농장에서 열린 전설적인 록 페스티벌이다. ‘우드스톡 뮤직 앤 아트 페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페스티벌은 애초엔 음악뿐 아니라 행위예술·마술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포함된 축제였다. 지역 주민 반대로 공연 장소를 잡기 어려워 무산될 뻔했으나 맥스 야스거라는 사람이 제공한 농장에 무대가 마련됐다. 공연장이 아니었기에 음향 시설은 물론 화장실이나 급수시설은 엉망이었다. 게다가 페스티벌 기간 내내 큰비가 내려 공연장은 진흙투성이로 변해버렸다.
이런 악조건에도 ‘자유와 평화 그리고 사랑’의 기치를 내걸고 진행된 이 페스티벌은 전설로 기록된다. 재니스 조플린, 지미 헨드릭스, 존 바에즈 등 30여팀의 뮤지션이 참여해 평화와 반전을 노래했다. ‘기타의 신’으로 불리는 지미 헨드릭스는 마지막 날 공연에서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총성과 네이팜탄의 굉음을 상징하는 파괴적인 기타 선율로 연주해 반전 메시지를 표현했다. 당시는 베트남 전쟁에서 친구와 동료를 잃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 기성세대를 향한 반발과 종전을 향한 갈망이 커질 때였다.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청년 40만명이 평화와 반전을 외치며 록 음악에 몸을 맡겼다.
하지만 1999년 30주년 기념으로 열린 ‘우드스톡 페스티벌’은 성폭행·절도·방화를 비롯한 각종 범죄와 혐오가 난무한 페스티벌로 기록됐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난장판이 된 사건사고: 우드스톡 1999>라는 제목으로 최악으로 꼬여버린 우드스톡 현장을 담은 콘텐츠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역사를 간직한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올여름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7월 경기도 포천 한탄강 생태경관단지에서 열릴 ‘우드스톡 뮤직 앤 아트 페어 2023’은 한국전쟁 휴전 70주년을 맞아 평화 페스티벌로 기획됐다. 미국이 아닌 국가에서 열리는 건 처음이다. 이번에도 우드스톡의 가치인 ‘자유와 평화 그리고 사랑’을 기치로 내걸었다. 사흘 동안 4개 무대에서 30여팀의 뮤지션이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확전 각오’ 등의 발언을 이어가며 한반도의 안보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처음이었던 1969년처럼 평화와 반전의 메시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정혁준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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