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보느니 밭맨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 그만큼 고되고 힘들다는 뜻이다. 아이를 안고 변기에 앉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애 본 공은 모른다’고도 한다. 육아의 어려움은 티도 나지 않고 심지어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푸념이다. 육아 부담을 여성에게 지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때로 여성들은 ‘애도 보고 밭도 매는’ 일을 감내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아내 미셸 오바마 역시 독박육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촉망받던 변호사 미셸 오바마는 남편이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어린 두 딸의 육아와 가사를 전담해야 했다. 그는 최근 음악 전문 케이블 방송 <리볼트 티브이(TV)>의 토크쇼에 출연해 두 딸이 태어난 뒤 양육 문제로 10년간 남편과 심각한 불화를 겪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남편이 활발하게 정치 경력을 쌓아가는 동안, 나는 주로 두 딸의 건강, 학교생활 등과 관련된 문제에 집중하고 혼자서 고민해야 했다”, “결혼은 절대 50 대 50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셸 오바마의 책 <비커밍>에는 그때 좌절의 경험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그는 욕실에서 홀로 난임 치료용 주삿바늘을 허벅지에 꽂으며, 정치에 몰두하는 남편에게 처음으로 “희미한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첫딸 말리아를 낳고 “커리어우먼과 완벽한 엄마” 둘 다 꿈꿨지만, 파트타임을 풀타임처럼 일하고 귀가 뒤엔 아이를 둘러업고 음악교실에 가느라 땀범벅에 헐떡여야 했다. 그러면서도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하지 못하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당시 버락 오바마는 주 상원의원 재선에 성공했고 “한번에 접시 여러개를 돌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답게 더 큰 일을 궁리하기 시작했다”고 미셸 오바마는 썼다. “내가 그렇게 발을 동동거리는 동안 버락은 한 발짝도 헛디디지 않는 것 같았다.” 둘째 딸 사샤를 낳은 뒤엔 퇴직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의 독박육아는 한국의 현실과도 겹쳐진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21 양성평등 실태조사’를 보면, 아내가 주로 가사·돌봄을 부담한다는 응답은 68.9%로 나타났다. 맞벌이 가정이라도 돌봄시간은 여성(1.4시간)이 남성(0.7시간)보다 2배 길었고, 특히 12살 이하 아동이 있으면 여성의 돌봄시간(3.7시간)은 남성(1.2시간)보다 3배 이상 길어졌다. 한국과 미국을 관통하는 독박육아의 ‘보편성’이다.
최혜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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