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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내치 합격점, 외치 낙제점 바이든

등록 2022-12-29 18:34수정 2022-12-29 19:0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군 수뇌부와 만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군 수뇌부와 만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특파원 칼럼] 이본영 | 워싱턴 특파원

이번 연말은 강대국 지도자들에게 유달리 침울한 시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만만히 봤다가 자업자득을 겪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민심의 역풍에 코로나 봉쇄를 풀었다가 대규모 감염 사태를 맞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내각 지지율이 최저를 기록 중이다. 유럽 지도자들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에너지난에 시름이 깊다.

예외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우선 중간선거에서 대패하면 책임을 다 뒤집어쓸 판이었는데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또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 확대를 부르짖는데 미국 안팎 기업들이 진상이라도 하듯 대규모 생산시설 건설을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에서 중간선거 졸전의 원흉으로 지목된 것도 결정적이다. 정치인에게 정적이 먹물을 뒤집어쓰는 것만큼 짜릿한 일은 별로 없다. 카리브해에서 연말을 보내는 그는 대선 재출마를 선언할 꿈에 부풀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국 밖으로 눈을 돌리면 난세로 가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안 보인다. 미-중 갈등은 과거 미국과 소련의 대결만큼 험악해지려 한다. 북한 지도부는 며칠이라도 탄도미사일을 안 쏘면 가시가 돋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란 핵협정을 되살리겠다고 공언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은 죽었다고 자인했다.

상대 책임이라지만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사안들이다. 워싱턴에는 바이든 대통령 집권 2년차에 이런 문제들이 모두 꼬이기만 한 것은 심상찮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러시아·북한·이란은 서로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답답했던지 22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기자회견에서는 “중국·러시아·북한·이란·아프가니스탄 문제의 일부라도 해결할 방안이 있냐”는 포괄적 질문이 나왔다. “자꾸 공은 그들의 코트에 있다고만 하면” 뭐가 풀리겠냐는 지적이었다. 블링컨 장관은 “다른 나라들이 무엇을 할지 말지는 결국 그들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원론적 대답만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역점을 둔다는 동맹 관계도 순탄치만은 않다. 동맹들과 함께 공급망을 강화해 윈윈하는 ‘프렌드 쇼어링’을 내걸었지만 막대한 보조금, 외국산 차별, 수출 통제가 원성을 산다. 그러면서도 전쟁과 대결의 바람을 타고 원유 순수출국이 되려 하고, 천연가스값 폭등으로 큰 이윤을 보고, 무기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이라는 십자군적 정세관을 내세우면서도 실속은 놓치지 않았다. 미국이 이러는 것은 한마디로 그래도 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저글링을 계속하다간 언젠가 공을 놓칠 확률이 커진다. 정치인은 자국 유권자들에게 책임을 지는 존재이지만, 내치와 외치는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야 한다. 하나를 위해 다른 것을 너무 희생하면 문제가 커진다. 무엇보다 갈등의 가짓수와 폭을 줄여야 한다. 골수 반공주의자들이 집권했을 때 미국 외교가 대전환을 이룬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매카시즘 광풍의 일익이었던 리처드 닉슨은 소련을 견제하려고 중국과 손을 잡았다. 로널드 레이건은 자신이 ‘악의 제국’이라고 부른 소련과 데탕트를 추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에 이 다중 갈등을 해소하려고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세계의 위기는 깊어질 것이다. 그러면 막무가내식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친 트럼프와 본질에서 뭐가 다르냐는 평가가 많아질 것이다.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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