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에콰도로 정부는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아마존 정글 지역인 야수니 국립공원에 매장된 석유를 채굴하지 않을 테니, 그 대가로 국제사회가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열대우림 지역의 땅속에는 약 8억5천만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시가로 70억달러어치에 이르는 규모다. 그곳에 매장된 석유를 모두 끄집어내 태우면 5억톤이 훨씬 넘는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에 배출된다. 더욱이 야수니 국립공원은 1989년 유네스코 생물다양성보존지역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생태적 가치가 큰 지역이다.
유전을 개발하지 않는 것이 인류 공동의 이익에는 부합하지만, 그럴 경우 에콰도르는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 환경을 위해 포기한 석유 개발 수익의 일부를 선진국들이 보전해 줘야 한다는 것이 에콰도르 정부와 환경단체들의 주장이었다. 기금이 모이면 그 돈으로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개발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모금액이 목표에 터무니없이 미달하면서 중단됐다. 결국 에콰도르 정부는 2013년 석유 개발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에콰도르 정부의 제안이 터무니없는 요구는 아니다. 2000년대 들어 국제 환경운동단체들 사이에서 논의돼온 ‘기후 부채’란 개념이 이론적 배경이다. 지구 온난화에 원인을 제공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게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 기후 부채론의 요지다. 기후운동가 나오미 클라인의 말을 빌리자면, 선진국의 ‘부채 상환’은 자선 행위가 아니다. “가난한 국가들이 자신들과 똑같이 더러운 방법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부유한 국가의 정부들은 그들과 함께 그 비용을 짊어질 책임이 있다.”(<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주로 개발도상국에 분포돼 있는 열대우림 보호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거대한 이산화탄소 흡수원이자 저장고인 열대우림은 경작과 목축, 자원 개발 등을 위해 곳곳에서 파헤쳐지고 있다. 머잖아 이산화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바뀌는 지역이 늘어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열대우림 지역을 개발하는 것이 개도국 처지에선 경제적으로 이익이지만, 전지구적 기후위기 대응에는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도국이 개발을 포기하고 열대우림을 보전할 경우, 선진국들이 그 대가로 경제적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노르웨이가 세계 3대 열대우림 보유국인 인도네시아에 삼림 벌채 축소 성과와 연계해 지원금을 주는 것이 한 예다.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세계 주요 선진국과 산림국 등 25개국이 참여하는 ‘산림과 기후 지도자 파트너십’이 출범했다. 2030년까지 산림 손실과 토지 황폐화를 멈추고 훼손된 자연을 회복시키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취지다. 공염불에 그쳐선 안 된다.
이종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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