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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진핑의 21세기 대장정은 성공할까

등록 2022-11-03 19:26수정 2022-11-04 02:37

시진핑(맨앞)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7일 중국 산시성 옌안을 방문해 옌안혁명기념관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그의 뒤에 6명의 당 상무위원들이 마스크를 낀 채 서 있다. 옌안/신화 연합뉴스
시진핑(맨앞)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7일 중국 산시성 옌안을 방문해 옌안혁명기념관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그의 뒤에 6명의 당 상무위원들이 마스크를 낀 채 서 있다. 옌안/신화 연합뉴스

[특파원 칼럼] 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중국 서북부에 있는 산시성 옌안은 중국공산당의 ‘요람’이다. 1934년 장제스의 국민당군에 밀려 남동부 장시성에서 도망친 공산당 홍군은 370여일 동안 2만5천리(9800㎞), 11개 성을 아래서부터 니은(ㄴ) 자로 돌아 옌안에 도착했다. 시작 때 8만을 넘었던 병력이 도착 때 6천여명으로 줄었지만, 마오쩌둥 등 핵심 지도부가 살아남았다. 중국공산당 역사의 신화로 불리는 ‘대장정’이다. 중국에서도 오지로 치는 황토고원 옌안에서 마오쩌둥은 ‘자력갱생’하며 세력을 키웠고, 대대적인 ‘정풍운동’을 벌여 1인자 자리를 굳혔다. 결국 마오쩌둥은 13년 옌안 생활 뒤 국민당을 대만으로 밀어내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웠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뒤 선택한 첫 공개 방문지는 옌안이었다. 지난달 27일 맨얼굴의 시 주석이 옌안의 혁명기념관에서 마스크를 낀 6명의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양옆에 3명씩 거느리고 발언하는 장면이 신문과 방송에 크게 보도됐다. 그는 “당의 훌륭한 혁명전통 계승을 선언하기 위해 옌안에 왔다. 옌안 정신을 계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3기’의 첫발을 마오쩌둥의 체취가 깊게 밴 옌안에서 내디딘 것이다. 시 주석은 2012년 처음 중국 최고지도자가 된 뒤 베이징 국가박물관의 ‘부흥의 길’ 전시를 참관했고, 2017년 연임 때는 마오쩌둥 이전 당 지도부가 있었던 저장성과 상하이 혁명유적지를 찾았다.

대장정 이후 마오쩌둥과 최근 5년여간 시 주석의 행로는 겹쳐 보이는 부분이 적지 않다. 마오쩌둥이 국민당의 압박에 대장정에 나섰다면, 시 주석은 미국의 강력한 도전에 맞닥뜨려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있다. 대장정이라는 시련이 마오쩌둥의 권력 강화로 이어졌듯이, 미국의 공격은 시 주석 3연임의 매우 강력한 근거가 됐다. 시 주석은 굴종의 역사를 마감하고 중화민족의 부흥이라는 ‘중국몽’ 실현을 앞둔 이 결정적인 순간에, 미국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강력한 지도자와 통치 철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오쩌둥이 옌안 생활 도중 ‘정풍운동’을 벌여 경쟁세력을 제거하고 1인 권력 체제를 만들었다면, 시 주석은 ‘호랑이 사냥’이라는 부패공직자 척결 운동을 통해 다른 계파를 척결하고 1인 권력을 공고히 했다. 시진핑 3기 최고지도부인 당 상무위원 6명 전원이 시 주석 측근들로 채워진 것은 이를 상징한다. 시 주석은 반대 의견이 나오기 힘든 강력한 지도부를 만들었지만, 그 책임도 오롯이 혼자 져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마오쩌둥이 ‘자력갱생’ 구호를 내세워 견디며 기회를 만들었듯이, 시 주석은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에 맞서 2020년부터 내수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쌍순환’ 경제전략을 들고나왔다. 시 주석은 이날 “(옌안의) 자력갱생 정신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했고, 지난달 16일 업무보고에서는 과학기술의 자립과 자강실현을 가속하자고 했다. 시진핑 3기 경제전략이 개방·교류보다 단절·고립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다.

마오쩌둥의 대장정은 중국 건국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이어졌다. 시 주석이 이끄는 21세기 대장정은 중국을 어디로 이끌까.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부흥,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한다.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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