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인수하기로 한 트위터와 봇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 4월 440억달러(약 62조원)에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위터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뒤집었다. 머스크는 7월 트위터에 가짜 계정이 많다며 계약 파기를 선언해 소송으로 이어졌으나, 이달 초 트위터와의 계약을 애초대로 진행하겠다며 인수를 재추진하겠다는 문서를 당국에 낸 상태다. 계약 파기와 번복 과정에서 머스크가 문제삼은 것은 사람이 아닌 가짜 계정 ‘봇’(Bot)의 비중과 영향이었는데, 정작 봇에 대한 검증은 없었다.
봇은 소셜미디어를 망치는 공공의 적으로 통한다. 각국 대선과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가짜 뉴스 확산의 도구이자 국가 간 사이버전의 주요 무기로 쓰였다. 소셜미디어에서 봇의 역할은 일면적이지 않다. 봇은 인터넷에서 자동화된 작업을 실행하는 응용 소프트웨어를 부르는 말로, 다양한 역할을 한다. 정보를 자동으로 읽고 저장하는 검색엔진의 웹크롤러 기능을 비롯해 정보 변화를 감지해 자동 게시하는 알림이 역할을 한다.
이 중에는 정치인들이 삭제한 트위트를 알려주거나 위키피디아에서 자신과 관련된 부정적인 서술을 고치려는 시도를 추적해 알리는 봇도 있다. 정치적 투명성을 위한 도구다. 유명인들의 자가용 비행기를 추적해 동선을 파악하거나 매우 짧은 거리를 비행하며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도 봇이 알려준다. 하지만 봇은 사이트의 취약성을 찾거나 디도스 공격에 쓰이는 등 나쁜 의도에 동원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소셜미디어 봇의 유해성과 유용성을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에서 봇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간다는 사실이다. 미국 애널리스트인 메리 미커가 매년 발표하는 인터넷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봇에 의한 인터넷 트래픽이 사람이 만드는 트래픽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보를 만들고 이용하는 주체로서 사람보다 기계의 역할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기술을 좋고 나쁨의 문제로 대할 게 아니라, 의존성과 영향력이 점점 커져가는 기술에 대해 이해와 통제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함을 알려준다.
착한 봇, 나쁜 봇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의도에 따라 두 종류의 봇을 만든다는 것이고, 우리는 점점 더 기계가 만들어내는 정보를 이용하면서 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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