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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파운드화 위기 부른 ‘바보 프리미엄’, 영국만일까

등록 2022-10-04 17:36수정 2022-10-05 02:34

현존하는 통화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통화인 영국 파운드화가 굴욕을 면치 못하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대규모 감세를 포함한 예산안 발표 이후 투자자들이 파운드화를 투매하면서 파운드화는 지난달 27일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트러스 총리가 3일 감세 정책을 일부 철회했다는 소식에 파운드화가 소폭 반등했으나,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통화는 한 나라의 경제력과 영향력을 상징한다. 각국 정부는 자국 통화의 가치를 유지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영국도 중세 시대에는 위조범이나 화폐 순도를 떨어뜨리는 자에게 최대 사형 등 엄한 처벌을 내렸다. 대영제국 시기 파운드화는 세계 기축통화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국력이 본격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한 1920년대에 무리하게 금본위제에 집착한 것도 그런 향수를 잊지 못해서였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대영제국이 막을 내리면서 결국 기축통화 지위를 미국 달러에 내줘야 했다.

이어 1971년 변동환율제 도입 이후에는 시장의 수요·공급에 그 가치를 내맡겼다. 그 뒤에도 파운드화는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1976년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로 통화 위기를 겪으며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수모를 당했다. 1992년에는 조지 소로스를 필두로 한 투기꾼들의 공격을 받아 유럽환율조정장치(ERM)에서 탈퇴해야 했다.

최근 위기는 영국 정부의 ‘자해적’ 정책 실패의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2016년 브렉시트 결정과 지난달 예산안이 바로 그것이다. 파운드화는 2015년 1.5달러대에서 브렉시트 이후 1.2달러대로 추락했다. 이어 소폭 반등해 지난해 1.4달러대를 회복하나 싶었는데 이번에 1.1달러대로 떨어졌다. 브렉시트 결정은 영국의 유럽연합과의 교역을 쪼그라뜨리는 요인이다. 이번 예산안은 고물가·고금리를 부추기고 재정적자를 악화시킨다는 우려를 낳았다. 영국 경제학자 다리오 퍼킨스는 최근 트위터에 “영국 예산안이 문제인 것은 그것이 인플레를 유발해서가 아니라 바로 바보짓이라는 것”이라며 “멍청이들이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소국 개방경제는 통화를 비롯한 그 나라의 자산들에 다양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갖게 한다”고 썼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폴 크루그먼도 이를 ‘바보 프리미엄’이라고 비꼬았다.

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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