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타브는 소리의 높낮이를 가르는 기준이다. 보통 1옥타브는 저음, 2옥타브는 고음으로 분류한다. 3옥타브는 김경호나 박완규 같은 여성 목소리에 가까운 소리를 내는 가수를 빼면 남자가 내기 쉽지 않다. 남자보다 목소리가 높은 여성 역시 3옥타브 레~미 이상부터는 진성으로 내기 힘들다.
고음은 가수의 로망이다. 물론 고음을 잘 내는 가수가 좋은 가수라고는 할 수 없다. 가창력과 음색도 가수에겐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래 후반부에 나오는 고음은 듣는 이의 마음을 크게 울린다. 이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설명되기도 한다. 자연에서 큰 야생동물을 피하려고 큰 소리로 경고음을 듣고 도망쳐야 했던 디엔에이(DNA)가 여전히 우리에게 남아 있다는 얘기다. 찢어지는 듯한 고음을 내는 아기 울음소리가 대표적이다.
이런 고음을 세 단계에 걸쳐 올려 내는 가수가 있다. 아이유다. ‘3단 고음’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아이유는 출세작인 ‘좋은 날’(2010)의 후반부 ‘아임 인 마이 드림’ 부분에서 ‘3옥타브 미→3옥타브 파→3옥타브 파샵(♯)’으로 음을 올린다. 많은 이에게 큰 울림을 준 이 ‘3단 고음’은 앞으로 듣기 힘들게 됐다. 아이유는 18일 열린 콘서트에서 ‘좋은 날’에 대해 “올해 30대가 됐는데 18살에 불렀던 곡이다. ‘오빠가 좋은걸’이란 가사가 있는데 이젠 오빠도 많이 없는 것 같고…”라고 말해 큰 웃음을 끌어낸 뒤 “더 재미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 (이 노래는) 콘서트에선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고 했다.
아이유는 더 좋은 공연을 위해 출세곡조차 내려두었지만, 더 좋은 사회를 위한 선한 영향력은 이어지고 있다. ‘3단 고음’ 아이유의 또 다른 별명은 ‘기부 천사’다. 평소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에 앞장서온 아이유는 첫 팬미팅 수익금을 시작으로 해마다 수억원을 기부해오고 있다. 이달에도 소아암 및 여성 암 환자의 치료비와 자립준비 청년을 위해 2억원을 기부했다. 현재까지 누적 기부금만 43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선행은 팬 마음도 움직여 팬들은 아이유를 따라 봉사·헌혈·기부 등을 실천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우리 사회를 ‘좋은 공동체’로 만들기 위한 아이유의 선한 영향력은 ‘3단 고음’처럼 큰 울림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정혁준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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