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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실업률 2.1%라는 ‘퍼즐’

등록 2022-09-27 18:24수정 2022-09-28 02:38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지난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8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미숙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이 지난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8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겨레 프리즘] 조계완 | 경제팀 선임기자

지난 8월 실업률 2.1%!

한국 경제가 이륙하기 시작한 1960년대 이래 자못 놀랍고 인상적인 숫자다. 8월 경제활동인구 2902만명 중 실업자는 61만5천명에 그쳤다. 경기호황 시절에도 월 70만~80만명을 넘었던 실업자가 궤멸적으로 감소했다. 지금의 측정 기준에 의한 월간 실업률 통계가 구축되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낮다. 그 이전 최저치(2.6%)는 2013년 11월과 지난해 8월·11월로, 경제활동 활황기인 여름·가을이었다.

기획재정부는 달마다 고용동향 수치가 나오면 통상 ‘녹실회의’(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점검해왔는데 지난 5월(실업률 3.0%)부터는 이 회의를 열지 않고 있다. 뜨거운 고용 활황세 속에 실업률도 2%대를 지속하고 있으니 고용은 더는 경제문제가 아니라는 걸까? 경제관료들은 흡족한 표정으로 그저 “의아스럽다”는 말만 내뱉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에서 실업률 2%대는, 경기변동에 따른 실업은 없고 기술적·구조적 실업과 일자리 정보 비대칭(미스매치)과 탐색기간에 따른 마찰적 실업만 존재하는 ‘완전고용’ 수준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낮은 실업(고용)을 법칙으로 보여주는 전통 ‘필립스곡선’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실업자가 기이하게 적은 ‘고용 오버슈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어떤 사태와 현상이 지속되는데 그 요인을 분석하고 설명하기 어려울 때 경제분석가들은 흔히 ‘퍼즐’(수수께끼)이라고 이름 붙인다. 지금 한국 노동시장에는 세개의 퍼즐이 존재한다. 2010년대 이후 상용직(계약기간 1년 이상)의 지속적 증가, 월간 80만~100만명(올해 1~8월)씩 취업자가 증가하는 고용 서프라이즈, 전례없는 실업률 2.1%가 그것이다. 저성장 체제에서 ‘고용이 추세적으로 팽창하는’ 낯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업률은 경기 후행지표라서 경기하강이 닥치고 팬데믹에 떠났던 이주노동자들이 돌아오면 다시 높아질 ‘일시적 현상’일까? 팬데믹에 따른 거대한 ‘노동시장 이탈 물결’은 미국·유럽에만 들어맞을 뿐 우리 사정은 사뭇 다르다. 비경제활동인구는 2021년 1월 1758만명(사상 최대)에서 지난 8월 1624만명으로 줄었다. 반면 올해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는 고령층(44만3천명·월평균·전년동기대비)과 청년층(20만8천명)이 이끌었고 8월 취업자 증가분(80만7천명)의 56.3%를 60살 이상이 차지했다. 고령층·청년층이 저마다 여러 이유로 취업 대기선에 쏟아져 들어와 입직구가 과열되면서 실업률은 대폭 낮아지고 있다.

추정되는 그 까닭으로는 △생산인력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2018년 7월부터 단계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 효과 △노동시장에 참여할 ‘의사’와 ‘능력’(더 많은 교육·숙련·기술과 더 좋은 체력·건강)을 함께 갖춘 생산연령인구 바깥의 거대한 집단(65~80살)이 지목된다. 한국 경제의 새 조건도 작용하고 있을 터다. 예컨대 전 산업에서 취업자당 부가가치 생산성이 2010~2020년 1.4%(연평균 성장률)로 추세적 둔화에 들어서 1인당 산출물량이 줄어들자 기업들이 기존 총생산량 규모를 유지하려고 상용직 신규채용을 늘리고 있다. 성숙기에 들어선 우리 산업은 생산성은 낮고 노동투입에 의존하는 서비스업종으로 구조적 재편을 겪고 있기도 하다. 정보기술경제 확산으로 일자리정보 탐색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줄어들고 도로·교통수단 발달로 집에서 더 먼 곳까지 직장을 구할 수 있게 된 사회경제적 변화도 있을 것이다. 즉 2.1%는 여러 흥미로운 진단과 분석이 분분하게 일어날 수 있는 지표다.

무릇 경제활동의 최종 목적은 국내총생산(GDP) 같은 생산이 아니라 ‘소비’다. 그 소비를 위한 소득의 원천인 ‘고용’은 경제정책상 제1의 경제지표로, 사회경제정책 전반에 걸친 제도 재설계의 기초 정책자료다. 2.1%는 녹실회의도 건너뛰고 마냥 환호할 게 아니라, 광범하고 입체적인 경험적·실증적 분석을 기다리고 있는 숫자다.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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