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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누더기’ 스토킹처벌법과 국가의 책임

등록 2022-09-19 17:14수정 2022-10-20 15:30

스토킹이 중범죄로 처벌된 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스토킹범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은 지난해 3월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해 10월2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법 시행 전까지는 스토킹을 처벌할 법 조항이 따로 없었다. 집요한 문자메시지와 전화, 집 앞에서 기다리는 행위 등을 참다못해 경찰에 신고하면, 가해자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1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래, 스토킹처벌법은 20대 국회까지 모두 11차례 발의됐지만 뒷전으로 밀린 채 번번이 회기 만료로 폐기됐다. 그러나 스토킹이 방화·폭행·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지난해 22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법 시행 이후에도 스토킹 당하던 여성과 가족들이 가해자의 손에 숨지거나 폭행당하는 일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20대 역무원이 스토킹을 해오던 직장 동료에게 살해당했고, 앞서 2월엔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가해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졌다. 6월과 7월에도 여성들이 스토커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법의 허점, 사법기관의 미온적인 대응, 솜방망이 처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현행법은 스토킹 행위의 정의를 협소하게 규정했고, 피해자 범위 역시 당사자로 한정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 불벌죄’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다. 가해자의 협박이나 보복이 우려돼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 신변 안전이나 실효성 있는 처벌 역시 요원하다. 접근금지 명령을 어겨도 1000만원 이하 과태료만 내면 되고, 구속되는 비율도 드물다. 스토킹처벌법은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 이하, 흉기를 소지했다면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원 이하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가해자 대부분은 벌금형, 집행유예, ‘처벌 불원’에 따른 공소기각으로 풀려난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정부와 국회는 뒤늦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반의사 불벌죄’ 폐지 논의, 스토킹피해자 보호법 제정안 뒷북 상정 등이 이어진다. ‘누군가 희생돼야만’ 비로소 움직이는 패턴이다. 그러니 “국가가 죽였다”(한국여성의전화)는 절규가 나오는 것이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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