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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여의도 ‘뉴 노멀’, 윤초선과 처럼회

등록 2022-09-13 17:40수정 2022-09-14 02:08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8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8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혜정 | 논설위원

“글쎄 ○○○ 의원 꿈이 대통령이라네. 정말 웃기지 않아?”
“의원님은 아니에요?”
“아니, 난 나만 그런 줄 알았지….”

10여년 전 한나라당 초선 ㄱ의원과의 대화는 ‘동료 초선 뒷담화’로 시작해 ‘자기 고백’으로 황급히 마무리됐다. 정치인의 최고 ‘성공 모델’인 대통령은 모든 초선의 꿈이라고도 했다. 다만 그 장래희망이 ‘재선’으로 하향 조정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한국 정치에서 초선 국회의원의 의미는 ‘처음 당선된 의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선다. 4년에 한번 여야는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을 통해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 기성 정치에 물들지 않은 순수한 열정, 당내 기득권을 비판하며 새바람을 일으키는 신선함, 민심을 앞세워 권력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패기…. 여야가 매 국회마다 혁신과 쇄신을 내세우며 앞다퉈 새 인물을 영입하는 것은 이런 민심의 요구에 조응하는 면이 크다. 하지만 ‘선수(당선 횟수)가 계급’인 정치권에서 초선 의원들이 제 목소리를 낸다는 건 정치생명을 거는 일이다. 점차 ‘미래의 대통령’이던 포부는 재선으로 소박해지고, 지도부 눈 밖에 나지 않으려 노심초사한다. ‘기대→실망→물갈이’  패턴이 무한반복되는 이유다. 그래도 소속 정당이 민심과 괴리됐을 땐 초선이 쇄신의 전면에 섰는데, 21대 국회 초선 의원은 반대로 당내 권력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는 여의도의 ‘뉴 노멀’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법원이 비상대책위원회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지만, 국민의힘은 이날 분란 당사자인 권성동 직무대행의 ‘추석 전 비대위 구성안’을 박수로 추인했다. 중진 의원들이 권 원내내표 사퇴와 비대위 전환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명했으나, “다선이든 중진 의원이든 의총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초선들에게 묵살당했다. 앞서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가 비대위로 급속히 전환되는 과정에도 윤석열 대통령 또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뜻을 간파한 초선들이 있다. 배현진 의원이 일찍이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하면서 물꼬를 텄고, 박수영 의원이 주도한 ‘비대위 전환 요구’ 연판장에는 초선 32명이 이름을 올렸다. 중진들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윤심’이 ‘선수’를 압도하는 모양새다. 신윤핵관, ‘윤초선’의 탄생이다.

더불어민주당 초선모임인 ‘처럼회’는 민주당의 브레인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대선 패배 뒤에도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대변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선봉에 섰고, 최근에는 이들이 주장한 ‘김건희 특검법’이 당론으로 격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론도 언급된다. 이재명 대표의 팬덤인 ‘개딸’들은 이들 한명 한명에게 애칭을 붙이며 환호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뒤 가장 먼저 반성과 사과를 표명한 초선 의원 5명이 있었지만, 당 지도부의 외면 속에 ‘초선 5적’으로 불리며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간단히 제압됐다. 조국 사태를 언급한 것이 이들의 심기를 건드린 탓이다. 최근 민주당이 ‘이재명 체제’로 신속히 재편되고 여야 대치 구도가 장기화되면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상황은 다르지만, 공통분모는 존재한다. ‘생명 연장의 꿈’이다. 각 정당에서 초선이 다시 공천받는 비율은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갈이용 ‘낙하산’으로 시작해 지역구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경우, 지역구를 새로 배정받아야 하는 비례대표 의원들의 조바심이 더욱 크다. 특히 21대 초선들은 코로나 상황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지역구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고 한다. 야당의 한 의원은 “지역 행사에 가도 지역구민들이 못 알아보는 의원이 많을 것”이라며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다시 ‘배지’를 달려면 총선 공천권을 쥔 지도부 또는 권력의 눈에 드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여겨질 법하다.

공천을 받으려는 노력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국회의원은 입법권과 예산권을 활용해 한국 사회의 묵은 현안을 풀고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여야 초선들이 앞장선 ‘윤석열 지키기’ 혹은 ‘이재명 지키기’에 민생은 어디 있나. 무엇보다 내년 이맘때의 정치 지형이 어떻게 되어 있을지, 그래서 누가 총선 공천을 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라도 초선 의원들이 21대 국회 입성 첫날의 설렘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던 다짐을 되새겼으면 한다. 참고로, 18대 국회 ㄱ의원은 이후 계파의 파도에 몸을 실었고, 그 파도에 휩쓸려 사라졌다.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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