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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환율 1380원, 탈탄소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

등록 2022-09-07 18:37수정 2022-09-08 02:09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환경규제 혁신방안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환경규제 혁신방안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상읽기] 박복영 | 경희대 교수·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환율이 1380원대까지 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환율은 가장 복잡하고 민감한 경제지표 중 하나다. 여러 의미가 있지만 국제적 관점에서 한 나라의 경제안정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최근 환율 상승 배경에는 미국의 급속한 금리 인상과 국제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있다. 이자율도 높고 안전성도 높은 달러 수요가 늘면서 환율이 오르고 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 무역수지 상황이다. 무역에서 달러 순유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올해 8월까지 이미 24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8월 한달 적자 규모가 거의 100억달러에 이르렀다. 당분간 적자는 계속될 것이고 연간 기준 사상 최대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원유, 천연가스,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의 가격 상승이다. 올해 무역수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4억달러 줄어들었는데,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이 중 약 80%가 화석연료와 석유제품 가격 상승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발하면서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했다.

만약 화석연료 가격이 지금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우리 무역수지는 만성적 적자에 빠질 수도 있다. 이는 우리 경제 안정에 큰 위협 요인이다. 일부에서는 국가채무가 국가신인도의 위협 요인이라고 주장하지만, 무역수지가 근간이 되는 경상수지는 그보다 몇배 더 중요하다. 10여년 전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이 위기에 빠진 것도 국가채무보다는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 때문이라는 사실이 많은 연구에서 확인됐다. 더구나 우리 국가채무비율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래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경상수지의 핵심이 되는 무역수지다. 지금 무역수지는 적자지만 경상수지는 흑자라고 위안하기도 하지만, 이런 구조는 별로 바람직하지도 않고 또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국제유가가 지금과 같은 수준 혹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 우리 무역수지는 어떻게 될까? 100달러대 유가는 결코 비현실적인 가정이 아니다. 10년 전 이미 그 수준을 넘었다가 북미의 셰일오일 개발 덕분에 몇년간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바이든 정부는 탈탄소 정책을 채택하면서 셰일오일 생산 확대에 소극적이다. 유가가 100달러 안팎에 머무른다면 우리 무역수지는 지금처럼 계속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10여년 전에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가 흑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몇가지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 2007~2008년 고유가는 중국의 고속성장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 때문이었다. 2011~2013년 고유가 역시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강력한 경기부양의 결과였다. 이런 글로벌 수요견인형 고유가는 우리의 에너지수입액을 늘렸지만, 우리 수출도 같이 끌어올렸다. 글로벌 경제 특히 중국 시장의 성장 때문에 우리 수출도 같이 증가했다. 그 결과 무역수지가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화석연료 가격이 상승하는 데는 수요 요인도 있지만 전쟁이나 전략적 선택과 같은 공급망 교란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가격 상승이 곧 세계경제의 활황, 그리고 우리의 수출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성장 엔진이 많이 식었다. 그래서 이런 공급교란형 고유가는 분명히 우리 무역수지 구조에 큰 위험이다. 지금의 무역적자는 바로 그것을 경고하는 것일 수 있다.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화석연료 수입을 줄이는 탈탄소의 길이다. 탈탄소는 기후위기 대응은 물론 경제 안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화석연료 수입은 우리 총수입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다른 선진국들이 탄소 저감에 나선 지난 20년간 우리 석유 수입량은 오히려 30% 증가하고 천연가스 수입량은 무려 3배나 늘었다. 국제 에너지가격이 하락해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되기를 바라지만, 우리 경제의 운명을 외부에 맡기는 천수답처럼 놓아둘 수는 없다. 최근 정부는 무역수지 개선 대책으로 수출금융 확대와 해외플랜트 수주 노력을 내놓았지만 1970년대 석유파동기 때 대책이 지금 효과를 거둘 수 있겠는가?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탄소세 도입 등 탈탄소의 길이 멀지만 안정된 미래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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