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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검찰보다 더 열심히 ‘국정 지원’하는 최재해 감사원장

등록 2022-08-30 17:03수정 2022-08-31 02:38

최재해 감사원장과 감사원 뜰에 놓인 감사원 표지석. <한겨레> 자료사진
최재해 감사원장과 감사원 뜰에 놓인 감사원 표지석. <한겨레> 자료사진

강희철 | 논설위원

최재해 감사원장 집무실에 윤석열 정부의 ‘국정지표’가 표구돼 걸려 있다는 말을 들은 지가 제법 됐다. 독립적인 국정 감찰을 맡은 헌법기관의 수장이, 그것도 첫 감사원 출신 원장이 왜 저럴까 의아했다.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국회 답변 한마디로 의문이 풀렸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공사판 같은 감사판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감사는 어차피 사후에 하는 것이니 지난 정권의 사안들을 들추는 것은 감사원의 고유한 판단 영역이라고 해둘 수 있다. ‘무엇’을 감사하는가, ‘왜’ 감사하는가는 전·현 정권의 유불리, 진영의 이해득실이 충돌하는 지점이라 정답 없는 논란의 늪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어떤 감사건 ‘적법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지금 진행 중인 감사 중 3건, 즉 서해 공무원 피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관련, 비영리민간단체 지원 실태는 감사위원회의의 의결 없이 감사 결정이 내려졌다. 감사원법에는 “감사정책 및 주요 감사계획은 감사위원회의 의결 사항”이라고 명시돼 있는데, 이 3건은 해당 절차를 건너뛰었다. 감사원 대변인도 인정했다.

“(그 3건은) 별도로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을 받지 않았다. ‘상시 공직감찰’이라고 해서 주제를 특정하지 않고, 원장이 첩보나 정보에 따라 구체적인 아이템을 정해서 감사를 나가는 것이다. 서해 사건도 그런 경우다. 원장에게 (권한이) 위임돼 있다.”

위임이 적법하려면 법령에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감사원법과 관련 규칙에서 찾을 수 없다. 이 3건의 경우 감사위원회의에서 원장에게 권한 위임을 의결한 적도 없다고 한다. 이런 식이면 ‘원장 마음대로’ 어떤 것이든 감사할 수 있다. 민감한 사안은 감사위원회의를 열 필요도 없다. 서해 사건 감사가 그렇다. 국방부와 해경이 “자진 월북 입증 불가”라고 발표한 바로 다음날, 감사원은 기다렸다는 듯 감사 착수 보도자료를 뿌렸다. 전현희 위원장 건도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자 특별조사국을 곧바로 투입했다. 이런 ‘법외 감사’를 “감사원 설립 이래 쭉 해왔다”고 대변인은 설명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감사는 내가 전격 지시했다”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호언(<신동아> 인터뷰)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감사위원회의도 간단치 않게 돌아가는 모양이다. 대선 직후인 지난 4월 감사위원이 된 이미현 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의되는 안건마다 대부분 윤 정부 편에 선다고 한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마지막 감사위원이기 이전에 윤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고 친구―이 위원의 남편까지―다. 지난해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졌을 때는 윤석열 캠프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정치색이 이토록 선명한 사람을 임명제청한 이가 최 원장이다.

이 교수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문 전 대통령과 <검찰을 생각한다>를 함께 쓴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최 원장의 제청으로 감사원에 입성했다. 그는 2012년 총선에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공천으로 출마했다 낙선했고,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지원 포럼 활동을 했다. 또 감사위원이 되기 직전까지 이재명 민주당 후보 캠프에 이름을 올렸다. 이렇게 신구 정권 밀접 인사를 한 사람씩 받아주면서 “감사위원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운동에 관여할 수 없다”는 감사원법(제10조)은 ‘눈 가리고 아웅’이 됐다. 이런 최 원장이 지난 26일 감사원 설립 74돌 기념사에서는 “직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불편부당한 자세를 엄정히 견지해달라”고 당부했다가 직원들의 빈축을 샀다.

“문 정부 때 임명됐으니 자리가 불안해서 그럴 것이다.” 최 원장의 의도가 궁금해 ‘늘공’들에게 물어보니 거의 다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그는 2018년 1월 퇴직했다가 지난해 11월 원장으로 복귀하기까지 3년10개월을 야인으로 살았다. 아직도 4년 임기 중 3년여가 남았다. 최 원장을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은 검찰총장, 국세청장이 이명박 정부에서 임기를 보장받으려고 ‘오버’하다가 큰 사달을 낸 과거사를 새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검찰보다 더 열심인 최 원장의 ‘국정 지원’ 활동이 윤석열 정부에 보탬이 됐는지도 의문이다. 공교롭게도 감사판이 사방팔방 확대될수록 윤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은 점점 더 떨어져 20%대(한국갤럽)로 내려앉았다.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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