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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체리따봉’의 나비효과 / 최혜정

등록 2022-08-16 18:01수정 2022-08-17 10:06

[아침햇발]
7월26일 오후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문자 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7월26일 오후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도중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문자 대화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혜정 | 논설위원

비록 ‘그 ×끼’와 ‘개고기’만 남았지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기자회견으로 ‘미우나 고우나’ 이슈의 중심에 섰다. 하루 몇차례씩 이어지는 이 전 대표의 장외 선전전에 지지자들은 “‘싸가지 없음’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천하람 국민의힘 혁신위원)고 한다.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집권여당 구성원들이 뒤엉킨 집단 난투극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 윤 대통령과 장제원·권성동 의원 등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이 전 대표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자욱했던 갈등의 ‘유증기’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윤 대통령의 ‘체리따봉’ 메시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권성동 당시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이 전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로 규정하며 체리의 ‘엄지 척’ 이모티콘을 달아놓았다. 상식적으로는 이 전 대표가 사과받아야 할 사안인데, 엉뚱하게도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의 지도력 부재 논란→최고위원 줄사퇴(표명)→비상상황 선포→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 및 당대표 자동 해임으로 전개됐다. 사고는 윤 대통령과 권 원내대표가 쳤는데, 정작 쫓겨난 것은 이 전 대표다. 그 이후 벌어지는 일은 보이는 대로다. 물론 이 전 대표가 마스크로 닦아내던 ‘자기 연민’의 눈물이 성비위 의혹을 가리지는 못한다. 자중해야 마땅하고, 경찰 수사에서 사실로 드러나면 그는 정계를 떠나야 한다.

이 전 대표 징계 및 해임으로 이어진 시끌벅적한 과정에 가려져 있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2024년 총선 공천권 투쟁이다. 이 전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혁신위원회를 띄워 ‘시스템 공천안’ 마련에 나섰는데, 이에 위협을 느낀 윤 대통령과 윤핵관이 서둘러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 당내 지배적인 해석이다.

정치 참여 9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 윤 대통령은 자신을 초기에 정치권으로 이끈 윤핵관을 제외하고는 당내 기반이 없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랬듯이, 공천권으로 의원들을 길들이고 차제에 ‘윤석열당’으로 재편하고 싶을 것이다. 여기에 의원들을 줄세워 차기 대선까지 정치적 입지를 넓히려는 윤핵관들의 야심이 결합해 현 상황을 초래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준석 축출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들의 의도대로 흘러갈 것 같지는 않다. 여당 안에서는 이미 ‘윤석열 간판’으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냐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경제·민생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 속에, 인기 없는 대통령은 든든한 뒷배가 아니라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된다. 윤핵관 역시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 보니 응집력은 부족하다. 당권 향배를 둘러싼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의 집안싸움이 이를 증명한다. 국민의힘의 한 인사는 “윤 대통령이 위기에 처하면 윤핵관이 가장 먼저 등을 돌릴 것”이라고 했다. 여권에선 이미 대통령 탈당 요구, 정계 개편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쓰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취임 100일이 되도록 변변한 국정 비전도 내놓지 못한 대통령이 고작 당내 분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이다. 15일 공개된 <문화방송>(MBC)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내분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에 대해 ‘윤핵관으로 불리는 대통령 측근’이라는 응답이 35.5%로 가장 많았고, 윤 대통령 28.6%, 이준석 전 대표 22.5% 차례였다(자세한 조사 결과와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그런데도 16일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에는 비대위 체제를 초래한 권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재신임을 받아 비대위원으로 합류했다. 당선자 비서실장으로 대통령실·내각 인사에 깊숙이 관여한 장제원 의원은 ‘인사 망사’ 비판에도 여전히 대통령의 측근으로 건재하다. 인적 쇄신은 요원하고, 전직 당대표는 장외 여론전으로 끝장을 볼 태세다.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이는 윤 대통령밖에 없다.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분란의 당사자인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무엇보다 윤핵관을 ‘떼어내야’ 한다. 이들의 2선 후퇴 없이 여권의 통합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윤 대통령의 ‘체리따봉’ 메시지로 촉발된 여권의 내분은 돌고 돌아 결국엔 윤 대통령 자신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 윤 대통령이 “재벌은 자식이 원수고, 대통령은 측근이 원수”라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의 어록을 곱씹어봤으면 한다.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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