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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덕산면 제천간디학교 입구. 제천/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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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곤 제천간디학교 교장 해마다 7월 초순 무렵이면, 조마조마하다. 학교 떠나기로 마음먹은 교사들이 있다면 내게 최종 통보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학기를 마친 직후 교사 다섯명이 학교를 떠났다. 스무명 교사 가운데 25%가 사직했으니 전례 없던 일이었다. 게다가 경력 2~5년 사이 젊은 교사들이 떠났다. 남은 동료 교사들의 충격이 컸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마음 흔들리는 기색도 역력했다. 비인가 대안학교는 ‘좋은 뜻을 품은’ 사람들의 집합체다. 어쩔 수 없이 타인의 선의에 의지하며 유지된다. ‘그러니까’ 모여든 게 아니라 ‘그럼에도’ 모인 집단이다. 이런 근무 환경에서 자신의 힘겨운 상황을 드러내어 호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행동이 “떠나겠다”는 선언이다. 학교 살림 빤히 아니까 연봉 올려달라 하기 어렵다. 수평조직 구조를 가진 탓에 20년을 근무한들 승진이라는 것은 없다. 맡은 반 아이들 삶 전체를 돌봐야 하므로 학생 면담이나 학부모와의 소통은 퇴근시간과 무관하게 지속되는 일이 잦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양반이다.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에 담임반 아이가 연루되면 특임 팀이 별도로 생겨난다. 이에 따른 대책회의, 학부모와 정보공유 등으로 숱한 불면의 밤을 보낸다. 대안학교 교사의 ‘물러남’은 착잡한 풍경이다. 지난 6년 동안 내 곁을 떠난 교사들 이름을 떠올려보았다. 열여섯명이나 됐다. 대안학교 교사가 학교를 떠나는 요인은 다양하다. 생활고로 인한 다른 분야 구직, 학내 갈등 사건 여파에 따른 상처, 다른 직업군으로 전직, 외부의 공공 또는 민간기관 책임자로 임용, 다른 교육기관 종사, 개인사업 등으로 파악된다. 학교 떠나는 교사들과 갖는 마지막 인터뷰는 늘 울적하다. 두가지 마음이 들어서 그렇다. 첫번째는 그들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그것은 하나의 요인으로 집약된다. 학교가 교사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됐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대안’이라는 문패를 내세운 학교에서 교사 개인이 감내해야 할 덕목과 의무가 무겁다는 점이다. 도시에서, 주류 문화의 한가운데서 활짝 피어나고 싶은 20대와 30대 청년교사들의 욕구를 고려해보라. 그들이 입사해 따라야 했을 우리 학교의 오래된 원칙이나 관행은 한참 전에 묻어 둔 ‘타임캡슐’로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우리 교사 공동체에는 일반 사회처럼 징계, 정직, 대기발령, 해고 같은 인사 규정이 없다. 교사 자신의 결정으로 그만둔다. 그럼에도 우리 공동체를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는 경우는 없다. 퇴직 결심의 직접적인 계기는 ‘소진’이다. 지나친 직무스트레스가 마음과 행동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줘 교사의 신체나 정신을 고갈시키는 현상을 이른다. 교무실 안에서의 갈등이 크게 불거져서 심리적 타격을 입힐 때가 있다. 학생과 교사 사이, 또는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긴장감도 현장 경험이 짧은 교사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 요인이다. 자녀의 학교생활에 관한 세부 사항을 속속들이 알고 싶어하는 학부모의 욕망, 근거 없는 소문에 대한 확인 요청, 일어나지 않았던 일에 대한 문의, 자기 자녀 중심적 상황 인식과 문제해결 요구, 자녀의 성장이나 발달에 민감한 부모들과의 일상적인 면담. 담임교사는 업무 외 시간에 마음 챙겨야 할 일들이 무척 많다. 거의 같은 이야기를 며칠에 걸쳐 반복해서 학부모와 전화로 통화하고 돌아서면 솔직히 교사들은 지친다. 스스로 평가하기에 매끄러운 소통기술이 부족하다 여기는 교사, 또는 면담자의 정서에 ‘편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느끼는 교사들은 학부모와의 대면, 비대면 소통 과정에서 마음의 품을 훨씬 더 크게 써야 한다. 찬찬히 되짚어보시라. 자녀가 학교생활에 매력을 가지며 눈빛 살아 있을 때가 언제였는지. 교과 지도나 동아리 활동, 학생 면담, 현장 탐방에 열성을 보이는 교사가 등 푸른 활어처럼 아이들과 푸드덕거리며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였을 것이다. 교직은 의료나 사회사업처럼 대표적인 ‘조력 전문직’이다. 교사의 몸과 마음이 다치면 다른 이를 도울 수 없다. 특히 대안학교에서 갖가지 불리한 조건을 감내하며 자발적으로 선의를 베풀고 있는 교사들이 소진됐을 경우 그들이 최후에 할 수 있는 선택은 ‘애정 철회’밖에 없다. 교사가 그 ‘마지막 옵션’을 선택하는 순간 가르침은 멈추고, 학교는 위기를 맞는다. 그나저나 올해 간디공동체를 떠나는 교사는 몇명이냐고? 그건 연말까지 영업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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