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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강준만 칼럼] ‘짱깨주의의 탄생’에 대한 안타까움

등록 2022-07-17 18:27수정 2022-07-18 02:40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는 일엔 큰 문제를 건드리는 최대주의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 확인된 사실 위주로만 툭툭 던져주는 최소주의로 가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관련 학계와 언론계가 협력해 ‘사실확인’ 센터를 만들면 좋겠다. 나부터 이 센터를 통해 저자가 강력 옹호하는 중국의 인권문제의 진실을 알고 싶다.
2020년 10월13일 김도형 동북아역사문화재단 이사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제기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코리아소사이어티 밴플리트상 시상식 수상소감에 대한 중국 누리꾼(네티즌) 비난을 다룬 기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10월13일 김도형 동북아역사문화재단 이사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제기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코리아소사이어티 밴플리트상 시상식 수상소감에 대한 중국 누리꾼(네티즌) 비난을 다룬 기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강준만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최근 화제가 된, 광운대 교수 김희교의 <짱깨주의의 탄생>이란 책을 읽었다. 그는 “이 책은 중국을 혐오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우리 삶을 성찰하는 기록”이라며, 보수는 말할 것도 없고 진보언론과 진보적 중국학 연구자들을 과감하게 실명 비판했다.

한-중 관계의 우호적 발전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으로서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진 전반적인 느낌은 안타까움이었다. 저자가 한국인의 근본적인 인식의 틀까지 바꾸려는 학문적 야심을 자제하면서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사실 중심으로만 해소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알차고 유익한 내용이 많은데, 왜 인식의 틀까지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 책의 전반적인 설득력마저 떨어트린 걸까? 이런 안타까움이었다.

저자는 <신문과 방송>(7월호) 인터뷰에서 한국 언론의 중국 보도와 논평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차라리 어설픈 프레임을 잡지 말고 확인된 사실 위주로만 툭툭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 역시 저자가 확인된 사실 위주로만 툭툭 던져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가지 문제만 지적해보자.

첫째, 정치체제의 문제다. 저자는 “서구의 대의제는 결코 완전한 결과적 민주주의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권위주의 정부를 유지하는 싱가포르나 중국에 비해 훨씬 뒤떨어졌다. 중국의 일당제가 비민주주의라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유럽중심주의적 판단이다”라고 말한다. 코로나 방역을 거론하면서 한 말이긴 하지만, 한국인들이 가진 민주주의에 대한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저자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나는 중국의 정치체제는 중국의 역사와 현실에 맞게 발전해온 것이기에 그걸 서구 민주주의와 비교해 우열을 가리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에게 중요한 건 그들이 서구 민주주의를 이상으로 여기면서, 민주화 열기가 뜨거울 땐 거의 종교처럼 여기면서 살아온 세월이 70년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체화된 익숙함을 맹목적 친미주의라거나 신식민주의라고 깎아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둘째, 역사 문제다. 대표적으로 6·25 전쟁을 들 수 있겠다. 2020년 10월에 일어난 방탄소년단(BTS·비티에스)의 ‘밴 플리트 상’ 수상소감 사건을 기억하시는가? 당시 비티에스의 리더 알엠(RM)은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일부 중국 누리꾼은 “한국과 미국을 의미하는 ‘양국’이라는 단어 사용은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시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비티에스 관련 제품 불매운동마저 벌어졌다. 이 때문에 비티에스를 광고 모델로 내세운 삼성전자·현대자동차·휠라 등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운영하는 공식 쇼핑몰과 에스엔에스(SNS)에서 관련 제품을 급히 삭제해야 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비티에스의 정치적 발언에 중국 네티즌이 분노하고 있다”며 “비티에스가 6·25 전쟁 당시 미군이 침략자였음에도 미국의 입장에만 맞춰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침략자? 이 말에 답이 있는 것 같다. 중국 교과서는 북한의 남침이라는 6·25 발발 경위는 생략한 채 미군을 침략자로 간주해 중국군 참전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이 반발한 게 이해는 간다.

하지만 저자가 비티에스와 <한겨레>를 비판한 건 이해하기 어렵다. 그는 “수많은 중국 병사들의 죽음도 한국과 미국 병사들의 죽음만큼이나 안타깝다고 말하고 다 함께 전쟁 없는 평화 세계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보냈어야 했다며 비티에스를 꾸짖었다. 또한 “적어도 <한겨레>라면 제2의 비틀스를 꿈꾸는 비티에스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을 꾸짖거나 더 나은 예술인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해야 했다”고 나무랐다.

6·25 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일어났고 중국군의 참전으로 인해 악화해 전체 한국인의 10분의 1을 죽인 대재앙이었다. 중국 탓을 하자는 게 아니다. 저자는 중국 전문가로서, 북한이 아닌 남한의 입장에선 비티에스의 발언은 당연하다는 걸 중국 누리꾼들에게 납득시키려고 애쓰는 게 옳지 않았을까?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는 일엔 큰 문제를 건드리는 최대주의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 확인된 사실 위주로만 툭툭 던져주는 최소주의로 가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관련 학계와 언론계가 협력해 ‘사실확인’ 센터를 만들면 좋겠다. 나부터 이 센터를 통해 저자가 강력 옹호하는 중국의 인권문제의 진실을 알고 싶다. 이런 방식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게 한-중 우호 증진에 더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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