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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민생’은 말뿐, ‘수확의 정치’가 시작됐다 / 정남구

등록 2022-07-10 14:11수정 2022-10-24 17:59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7월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6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6.0% 올랐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7월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6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6.0% 올랐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남구 논설위원
정남구 논설위원
‘데스 크로스’(death cross)는 주식시장 기술적 분석가들이 쓰는 용어다. 단기(당일을 포함해 직전 5일간, 또는 20일간)의 주가 평균값을 이은 선이 중기(60일)·장기(120일 이상) 이동평균선을 위에서 아래로 돌파하는 현상을 말한다. 주가가 본격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반대는 골든 크로스(golden cross)다. 이 용어가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후보들의 지지율 역전을 가리키며 쓰이기 시작하더니, 문재인 정부 때부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긍정 대 부정) 추이를 나타낼 때도 흔히 쓰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취임 두달도 안 돼 ‘데드 크로스’를 일으켰다. 한국갤럽의 7월 첫주 조사에서는 긍정률이 37%, 부정률이 49%였다. 윤 대통령은 ‘단기의 지지율 변동은 별 의미가 없다,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그럴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집권 초 긍정률이 20%까지 급락했다가, 3년차에 골든 크로스를 일으키며 49%까지 상승한 사례도 있으니까. 하지만 지지율 추락의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문제를 고치지 않는다면, 골든 크로스에 대한 기대는 미망에 그칠 수도 있다.

역대 직선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를 계속해온 한국갤럽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지지율에선 ‘허니문 효과’가 매우 두드러진다. 당선해서 취임하면 적극 지지를 보낸다. 그러나 이후 전개를 보면, 예외 없이 ‘기대/각성 이론’이 들어맞는다. 취임 초엔 비현실적인 기대감이 높은 지지율로 나타나지만, 기대와 실제 업무 수행에서 차이점이 드러나면서 실망감이 커지고 지지율이 떨어진다. 윤 대통령의 경우, 노무현·이명박 대통령처럼 취임 초 지지율이 곧 하락한 사례다. 정부 요직을 검사 출신으로 채우고, 장관 등 고위직에 부적격자를 계속 지명한 것이 실망감을 키운 단초다.

그런데 그동안의 여러 연구를 종합해보면 대통령 지지율에 근원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경제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대통령 지지율 변동에 관한 연구들은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대통령의 노력과 이에 따른 결과가 지지율 변화를 가장 잘 설명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을 매우 중시한다. 당선자 시절부터 “물가를 포함한 민생안정 대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라”고 지시(4월6일)했다. 6월14일엔 “(물가 안정을 위해) 공급 사이드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들을 다 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가는 잡히기는커녕, 외환위기 때에 필적하게 올랐다. 윤 대통령은 7월5일 “앞으로 제가 민생 현장에 나가 국민의 어려움을 듣고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생 챙기기는 말만 요란할 뿐이다. 이렇다 할 실행이 없다. 8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정부가 밝힌 민생 지원책도 별 효과 없는 관세 인하(5·30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의 연장선에 있다. 지원 규모도 쇠고기·닭고기 등 관세 면제에 3300억원, 저소득층 에너지바우처 인상 등에 4800억원, 합계 8천억원에 그친다. 자동차 운행이 많을수록 혜택이 큰 유류세 인하에 연말까지 8조∼9조원이 들어가는 것에 견줘 자린고비 같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세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2차 추경을 편성해, 자영업자 지원 등에 62조원을 앞당겨 쓰기로 했다. 인수위의 자영업자 코로나 보상 계획에 반발이 일자, 지원액을 크게 늘리면서 올해 재정 여력을 소진했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운용의 목표와 방향이 정부·여당의 지지·후원 세력 챙기기에 쏠려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중심으로 보유세를 큰 폭으로 내릴 예정이다.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대기업 법인세율 인하다. 임금 인상은 억제하라는 신호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재정운용방향(7월7일)에선 재정 적자와 국가부채 감축을 명목으로 지출을 큰 폭으로 줄일 뜻을 내비쳤다.

법인세를 인하하면 대기업에 한해 5조∼6조원이 돌아간다. 종합부동산세 인하도 감세 규모가 수조원에 이를 것이다. 그렇게 세수를 줄이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에서 관리하려면 결국 복지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물가 급등 뒤에 금리 인상, 이어 경기가 후퇴할 게 거의 뻔한데, 취약계층 지원과 경기 조절은 무엇으로 하려는 것인가.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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