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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중 갈등의 또다른 장, 주식시장

등록 2022-07-05 18:34수정 2022-07-06 02:09

[세상읽기] 신현호 | 경제평론가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이 최근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폐지했다. 한 기업의 상장 여부를 넘어, 주식시장에서도 미-중 분쟁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중국 테크기업들은 중국 주식시장을 넘어 해외로부터 자금조달을 희망했지만 중국 정부는 주요 산업분야 외국인투자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시나닷컴이 2000년 ‘변동지분실체’(VIE)라는 방식으로 이를 우회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올해 3월 말 현재 총 184개 중국 기업이 이런 방식으로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다.

본래 VIE는 부실을 감추기 위해서 고안됐다. 과거 미국 기업들은 지분투자가 아닌 계약관계를 통해 사실상 지배하는 별도 기업을 설립한 뒤 부실 자산을 옮겨놓고, 지분관계가 없다며 이 회사를 재무제표에서 누락했다. 이에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VIE도 자회사와 마찬가지로 연결재무제표에 포함하도록 했는데, 이 방식이 돌고 돌아 중국 기업의 외국인투자 유치 도구로 활용된 것이다.

모델은 이렇다. 중국 내에서 면허를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운영회사(C)는 중국인들만 주주(D)로 참여하고, 케이맨군도 등 국외에 설립된 지주회사(A)는 미국 거래소에 상장돼 각국 투자자들이 참여한다. 지주회사는 중국에 순수 외국인투자 기업(B)을 자회사로 두고, 운영기업 주주와 계약을 맺어 운영회사의 모든 이익과 의사결정권을 외투기업에 귀속시킨다. 이로써 지주회사는 복잡한 연결고리를 통해 중국 내 운영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미국 회계기준에 따라 연결재무제표에도 반영한다.

여기에는 이중 트릭이 존재한다. 우선, 중국 정부는 주요 산업의 외국인투자를 법률로 금지하면서도 외국인들이 투자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계약구조를 암묵적으로 용인한다. 이것이 중국에서 합법인지 여부는 불투명한 회색지대에 있다. 또 미국 정부는 2002년 제정된 사베인스-옥슬리법에 따라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미국에 상장된 기업을 감리할 권한이 있지만 상장된 중국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감리를 요구하지 않았다. 심지어 2013년에는 중국 정부와 중국 기업 감리를 생략하는 양해각서까지 체결했다.

미국 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중국 기업의 요구와 급성장하는 중국 비즈니스에 대한 미국인들의 투자 욕구를 양국 정부가 편법으로 용인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집권 이후 미-중 관계는 지속해서 악화돼 미국 정부는 2020년 제정된 외국기업책임법에 따라 회계감독위원회 감리를 3년 연속 허용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상장 폐지하도록 했고, 중국 정부는 같은 해 증권법을 개정해 외국 증권감독기구가 중국 내에서 독자적으로 감리할 수 없도록 했다. 중국 정부 허락 없는 관련 자료 국외 제출도 금지됐다.

이런 대립 속에서 디디추싱이 상장을 폐지했고, VIE를 통해 미국에 상장된 수많은 중국 기업들은 양국 정부 모두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다. 물론 가까운 미래에 이들 기업이 대규모로 상장 폐지될 가능성은 작다. 양쪽 모두 중국 기업의 미국 상장을 유지할 경제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 악화에 따라 이 문제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한국 경제도 미-중 관계에 큰 영향을 받고 특히 국내 일부 기업들도 VIE 구조를 통해 중국에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도 VIE 구조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에 상당한 규모로 투자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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