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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튀르키예는, 본디 튀르키예였다 / 안영춘

등록 2022-07-04 14:16수정 2022-07-05 02:39

국내 언론들이 터키를 ‘튀르키예’로 쓰기 시작한 건 6월9일부터다. 유엔이 그달 1일 터키의 개명 신청을 승인하고, 튀르키예가 3일 외교부에 표기 변경을 요구한 뒤다. 외교부 요청으로 국립국어원도 17일 <표준국어대사전>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튀르키예는 본디 튀르키예였다. ‘터키’는 국제사회에서 쓰여온 영어식 표기다. 튀르키예는 못마땅해했다. 영어로 ‘칠면조’(turkey)가 표기와 발음이 같은데다, ‘실패작’ ‘멍청이’ 같은 속어로도 쓰이는 탓이다. 오래전부터 튀르키예로 불러달라고 요구해왔으나, 이를 본격화한 건 지난해 12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지시 이후다. 외신들은 지지율 하락에 직면한 에르도안의 재선 승부수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현지인이 부르는 국명·지명을 ‘엔도님’(endonym)이라 하고, 외부에서 부르는 이름을 ‘엑소님’(exonym)이라 한다. ‘한국’(대한민국)은 엔도님이다. 엑소님은 ‘코리아’인가. 글로벌 차원으로는 그렇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한궈’와 ‘간코쿠’다. 한자를 읽는 음이 다른 데서 비롯된다. 한자권에선 다중적으로 그런 관계가 성립한다. 이처럼 대다수 엑소님은 엔도님의 음운이 변형된 결과다. ‘코리아’가 ‘고려’의 음운변형이듯이.

세상의 모든 국명과 지명은 엔도님과 엑소님의 빼곡한 그물망 위에 놓여 있다. 영어가 엑소님의 정점 같은 위상에 있다 보니 ‘일 대 다’의 관계처럼 보이지만, 경우의 수는 무한대에 가깝다. 동아시아권임에도 몽골이 한국을 ‘솔롱고스’라 부르는 정도는 댈 일도 아니다. 미국 국적기조차 캘리포니아 ‘새너제이’(공식 발음) 공항에 착륙할 때면 ‘산호세’라고 기내 방송을 한다. 대체 어느 게 엔도님이고 어느 게 엑소님이란 말인가.

‘엔도님 지도’라는 사이트(endonymmap.com)에 들어가보면, 이 지도가 ‘민족주의적 열정’을 부를 수 있음을 우려하며, 이와 관련한 주장과 항의가 들어오고 있음을 시사하는 운영자의 글이 올라와 있다. 엑소님은 국제적으로, 또 국내적으로도 국가와 민족의 헤게모니가 치열하게 각축하는 장소다. 우리와 일본은 동해-일본해, 독도-다케시마를 놓고 외교전을 펼친다. 우크라이나 수도 이름이 서방 영향권에서 ‘키이우’로 바뀐 건 신냉전 시대를 반영하는 변화다.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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