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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아내의 역할”과 제2부속실

등록 2022-06-20 17:18수정 2022-06-21 02:52

대통령의 배우자는 ‘민간인’이다. 하지만 최고 선출권력인 대통령과 함께 국내외 주요행사에 참석하고, 때로는 대통령 대신 대외활동에 나서며 사실상 공직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청와대 제2부속실은 대통령 배우자의 일정 및 행사 기획, 수행, 동선·메시지 관리 등 활동 전반을 밀착 보좌하는 기구로 역할해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육영수 여사의 활발한 대외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대통령 담당 1부속실과 배우자 담당 2부속실로 분리됐다. 역대 정부의 제2부속실은 5명 안팎에서 10명 이내로 운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배우자 경호 인력은 대통령 경호처에 따로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경우, 제2부속실장(1급 비서관)을 포함해 4명의 인력이 김정숙 여사를 보좌했다고 한다. 대통령 제1·2부속실의 예산은 대통령 비서실 특수활동비에서 배정된다. 다만, 대통령 배우자가 참석하는 공식행사는 경비 일부를 해당 부처가 함께 부담하고, 선물 준비 등 경계가 모호한 경우엔 개인 비용으로 충당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보좌 조직인 제2부속실이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린 건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때다. 배우자가 없는 박 전 대통령은 제2부속실을 폐지하는 대신 “소외계층을 살피는 민원창구로 활용하겠다”며 존치시켰다. 하지만 2014년 11월 최순실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가 안봉근 당시 제2부속실장 등 10명의 비선 측근들(‘십상시’)과 수시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이른바 ‘정윤회 문건’이 폭로되면서, 2015년 1월 제2부속실은 폐지되고 안 전 실장은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전보조처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에선 제2부속실이 최순실씨의 전담 조직으로 기능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하면서 문재인 정부 때 부활했던 제2부속실은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다시 사라졌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벗어나겠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실제론 김건희 여사의 허위 이력 기재 등이 논란이 되자 ‘꼬리자르기’한 성격이 짙다. 김 여사 역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김 여사가 이를 뛰어넘은 광폭 행보를 보이며, 제2부속실 설치 여부가 쟁점화되고 있다. 공적 위상을 지닌 대통령 배우자의 ‘조용한 내조’ 자체가 형용모순이라는 지적도 많다. 또 제2부속실은 단순한 활동 지원을 넘어 대통령 배우자라는 막강한 권력을 공적인 체계에서 통제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는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자리에 친구를 데려가고, 보안구역인 대통령 집무실 사진을 팬클럽에 먼저 공유하는 상식 밖의 담대함을 보여왔다. 공사를 구분하는 최소한의 사리분별력을 갖추는게 우선일지 모른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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