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세 대통령과 세월호 참사

등록 2022-06-16 16:11수정 2022-06-17 02:38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 9일 오전 위원회가 위치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조사 결과 기자간담회 도중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 9일 오전 위원회가 위치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조사 결과 기자간담회 도중 추모 묵념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세상읽기] 황필규 ㅣ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남 얘기 하듯 할 순 없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비상임위원으로 일했다. 입을 여는 순간 자기변명이고 남 탓일 수밖에 없다. 때론 오만함이고 때론 비겁함일 수밖에 없다. 사참위에 대한 모든 비판은 스스로 감수해야 할 몫이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한다. 그렇지만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이들의 얘기를 안 할 수는 없다.

2014년 4월17일, 진도체육관을 찾은 대통령은 “오늘 이 자리에서 지키겠다고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다 물러나야 한다”고 얘기했다. 역설적으로 괜히 책임질 일 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전달됐고 공무원들의 책임지지 않기 경쟁이 시작됐다. 19일 밤, 피해 가족들이 청와대행을 결정하고 버스를 타려 하자 ‘청와대만은 가지 마라’며 해양수산부 장관은 허겁지겁 달려와 트럭 위에서 마이크를 잡았고 잠시 뒤 국무총리도 진도체육관에 나타났다.

‘내가 모든 것을 책임질 테니 최선을 다하라’는 지도자의 한마디가 모두의 책임있는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정녕 몰랐을까. 대통령에서 일선 해경까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세월호에서 탈출했다.

세월호 참사를 마주한 두번째 대통령. 사참위가 활동을 개시했다.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정부기관의 비협조, 자료제공 거부 등 문제는 여전히 존재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책임이 있는 이들 상당수가 면책됐고 국정원개혁위원회는 제한된 자료만을 근거로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련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국정원에 면죄부를 줬다.

“진상 규명과 피해 지원, 제도 개선을 위해 출범한 사참위”가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만 할 것이 아니라 특별법에 특별히 규정한 대통령에 대한 특별조사보고가 이뤄지도록 해 잘하는 부분은 힘을 실어주고, 못하는 부분은 질책하는 모습을 단 한번만이라도 보일 수는 없었을까. 사참위는 대통령의 충분한 업적으로 평가될 만한 내용을 준비하지 못했고, 대통령은 특별조사보고라는 형식을 통해 스스로의 책임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와 함께한 세번째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가장 진심 어린 추모는 대한민국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비단 ‘안전’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제 사참위는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해야 하는 일정을 남겨놓고 있다.

지난 6월9일, 사참위는 조사 활동을 마무리하며 주요 조사결과와 권고안을 발표하고 향후 3개월간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할 것임을 밝혔다. 대부분 언론은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밝히지 못한 점, 예산 대비 성과가 충분하지 못한 점 등을 지적했다. 분명 타당한 지적이다. 다만 어떤 활동들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파악이 전제된 좀 더 진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조사는 국가, 사회, 지도자, 피해자들에게 위기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이었다. 해경의 부실대응만으로도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이미 법적으로 확인된 상태였다. 사참위 조사를 통해 참사 당시 정권은 참사에 대한 해결과 피해자들의 권리 보장보다는 청와대, 정부부처, 국정원, 기무사, 경찰, 친정부 언론, 단체 등을 총동원하여 적극적으로 책임을 회피, 부인하고, 정권의 위기를 관리하고, 피해자, 지원단체, 언론, 공공기관 등을 불문하고 ‘불순’ 요소들을 감시, 공격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자 했음이 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국가의 참사에 대한 책임을 확인하고, 위와 같은 행태들을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되는 반국가적 행태로 규정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피해의 구제와 회복을 즉각적으로 밝히고 추진하는 것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안전관리 및 피해자 지원 시스템의 확보에 관해서도 좀 더 진지한 접근을 제시해야 한다.

비록 많이 부족할 수 있지만 사참위의 종합보고서는 재난과 참사를 마주하는 정부, 사회, 일반 시민들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 지도자가 나서서 사회적 참사를 ‘낭비’하지 않고, 8년간 축적된 조사결과도 ‘낭비’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대한민국 망치는 ‘극우 카르텔’…윤석열·국힘·태극기 부대 1.

대한민국 망치는 ‘극우 카르텔’…윤석열·국힘·태극기 부대

체포 뒤에도 ‘거부 남발’ 윤석열…전략이 아니라 착각이다 2.

체포 뒤에도 ‘거부 남발’ 윤석열…전략이 아니라 착각이다

[사설] 경호처를 아부꾼으로 전락시킨 ‘윤비어천가’ 3.

[사설] 경호처를 아부꾼으로 전락시킨 ‘윤비어천가’

[사설] 내란·체포 이후에도 궤변·트집, 이제 국민 우롱 그만해야 4.

[사설] 내란·체포 이후에도 궤변·트집, 이제 국민 우롱 그만해야

폭주하는 극우를 이기는 법 [박권일의 다이내믹 도넛] 5.

폭주하는 극우를 이기는 법 [박권일의 다이내믹 도넛]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