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박 원장의 개인 사무실에서 국정원 존안자료 등 현안과 관련한 <한겨레>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정치인 박지원’이 돌아왔다. 2020년 7월3일 문재인 정부 국가정보원장에 지명될때 “정치의 政(정)자도 입에 올리지 않겠다”던 그는, 지난 9일 “저는 정치의 물에 사는 물고기”라며 ‘정치 복귀’를 선언했다.
박 전 원장을 만난 6월10일은 그가 국정원장 퇴임 이후 처음으로 언론과 공식 접촉을 시작한 날이다. “국정원장에서 짤린 지” 한 달을 맞은 시점이다. 그는 국정원이 새 진용을 갖추고 지방선거가 마무리 되기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취임 한 달, 민주당 내홍 등 거침없는 분석이 이어졌지만, 북한 문제에 관해선 “국정원에서 취득한 정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또 전직 국정원장들과 다른 공개행보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이에 그는 “정치인 박지원으로 돌아온 것이니 활발히 활동하려 한다”고 말했다. 방송 출연을 빨간색 펜으로 적어둔 그의 일정 수첩은 이미 7월 말까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박 전 원장과의 인터뷰는 10일 만남과 14일 전화 통화 등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국정원 존안자료를 언급한 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항의하고 하태경 의원은 법적 대응하겠다고 하는데, 계속 폐기 관련한 문제제기를 할 생각인가요?
“저는 국정원을 존경하고 우리 직원들을 정말 사랑해요. 이 분들께 누가 되면 더 이상 얘기하지 않을거에요. 그러나 내가 말한 것은 이미 국회 정보위 등을 통해 그동안 일부 보도가 됐고, 기자간담회에서도 수차례 밝힌 겁니다. (존안자료가) 60년간 박정희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있는데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악용돼요. 그래서 특별법을 제정해서 불행한 역사를 없애자는 겁니다. 국정원이 다 개혁이 됐는데, 그 문제가 남아있어요. 그래서 국회로 공을 넘긴거죠. 다만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정원 직원들이 ‘전직 원장으로서 이야기를 안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니 그 이상은 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여권에서는 ‘정치적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봅니다.
“그렇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그 파일을 못봤어요. 누구도 못봐요. 개인이 정보공개청구를 해야 하고, 특정 사건을 지정하도록 되어있어요. 또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아야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해 (서버를) 열어서 보게 되는거에요. 어떤 사람의 파일이 있다, 없다 이것도 알 수 없어요. 하태경 의원은 내가 국회 정보위에서 자료 폐기법 제정을 요청하면서 ‘이런 것이 공개되면 의원님들 많이 이혼당합니다’라고 했더니, 하 의원이 ‘원장님, 나는 그렇게 안살았는데 왜 이혼당합니까’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의원님 복잡하게 사신 분 아닙니까’ 했어요. 저는 그 ‘복잡’이라는게 하 의원이 운동권에서 보수 쪽으로 이동한 정치 역정을 얘기한거에요. 어쨌든 내가 오해되게끔 얘기를 했다고 하면 사과드립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과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 관계에 대해 지난해 9월 인터뷰에서 말한 것을 허위사실 유포로 기소 요구한 것은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요?
“요구한 걸 어떻게 하겠어요. 검찰에서 잘 처리하겠죠. ‘제보 사주’는 무혐의에요. ‘주’는 무혐의고, ‘종’은 기소 의견이라는거죠. 또 윤우진 전 세무서장 관련 부분도 언론에 다 보도된 내용이에요. 공수처에서 자료를 내라고 하길래 ‘없다’고 했어요. 몇달 전 언론보도에 ‘윤우진한테 윤석열 총장이 변호사 소개해줬다’ 이런 부분이 나와요. 그걸 얘기한거에요. 나도 다 안다, 이 소리 한 거예요.”
―더불어민주당이 비상대책위원회도 출범했는데, 계파 갈등은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전당대회까지 많은 갈등이 있을 거예요. 또 있는게 당연해요. 그렇지만, 지금이 이럴 때냐 이거지. 윤석열 정부가 브레이크 없이 굴러가는 것을 제동을 걸어야 하고, 야당이 야당 역할을 해야지. 총구를 밤낮 옆으로 쏴대면 뭐하겠어요. 싸우더라도 일은 해야죠. 일하면서 싸우는 ‘새마을 정신’으로 가라 이거에요. 그리고 노선 투쟁을 해야지 지금처럼 팬덤으로 ‘너 죽고 나 살자’ 이런 것은 민주당의 전통이 아니에요. 계파·팬덤은 정치에 원래 다 있어요. 정치는 원래 싸우는 겁니다. 대신 민주당답게 싸워라, 이거에요. 거기서 민심이 받쳐주는 정당이, 사람이 이기는 거예요.”
―비대위가 ‘혁신형’이 아닌 ‘관리형’에 머물거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시한이 두 달 밖에 안되는데, 무슨 혁신을 해요. 전당대회에서 좋은 사람 뽑아서 일하게 만들어줘야죠. 비대위는 전당대회를 잘 준비하고 치러서 진짜 국민과 당원이 납득하는 당 대표를 뽑아내는 것이 역할이에요. 또 그 사이에 개혁할 것은 하고. 내가 비대위원장을 세 번 해봤어요”
―민주당 초선모임 ‘처럼회’에 대한 비판이 있는데, 해체해야 한다고 보세요?
“아무리 강력한 권력도 정치는 민심을 이기지 못해요. 그리고 민심은 항상 좋은 방향으로 결정하더라고요. 그래서 정치인은 ‘내 생각’이 중요한게 아니라, 국민의 생각이 중요하고 국민과 함께 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잘 정리되리라고 믿어요. 제가 ‘해체해라, 말라’를 말씀드리는 것 자체도 분란이니까, 민심과 당심을 잘 보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래야 4연패 안하죠.”
―‘위장탈당’ 논란 민형배 의원 복당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제가 이런 얘기를 하면 비난 받겠지만…민 의원이 당시 민주당 상황에선 ‘선당후사’한 입장이 있기 때문에, 국민과 언론은 비판하더라도 민주당 내부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 이익을 위한 건 아니었잖아요.”
―민주당은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을 놓고 ‘이재명 책임론’으로 시끄럽습니다.
“지금 누구 탓하면 뭐해요. 그러면 잃어버린 서울시장이 돌아오나요. 지금 누가 잘못했냐고 하면, 잘한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다 ‘도토리 키재기’에요. 지금 와서 송영길·이재명 공천 결정 과정을 문제삼는데, 그때 나가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어야죠. 지고 나니까 삿대질하면 뭐해요.”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해야 한다고 보나요?
“저는 이재명 의원이 지금 출마를 한다, 안한다를 결정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민심과 당심의 흐름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론에서도 얻어맞고 국민들 지탄도 받다보면, 거기에서 지도자로서 자기가 갈 길을 스스로 찾을 거예요. (친문재인계) 홍영표, 전해철 의원도 (출마) 생각이 있다는데, 경쟁하면서 같이 가야죠.”
―계파 간 골이 깊어서 ‘분당설’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지금 민주당은 분당될 힘도 없고 그런 리더십도 없어요. 정당의 분당은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해요 또 지도자가 있어야 돼요. 민주당에는 없어요. 분당될 힘만 있어도 괜찮은 당이에요. 그리고 분당하면 안돼요. 제가 분당의 경험, 탈당의 경험을 해봤잖아요. 이건 아니에요. 민주당의 뿌리인 호남에서도 분당해서 돌아오면 배척받죠. 지난번 총선에서 박지원이 떨어질지 누가 알았어요. 나도 몰랐어요. 또 윤석열 정부 일부 인사들이 정계 개편 한다고 그러는데, 그 사람 보고 갈 사람 아무도 없어요. 그런 정치하는 때는 지났어요.”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동연 경기지사를 ‘민주당의 희망’이라고 표현했던데요.
“만약에 김동연 지사가 떨어져 버렸으면 참패잖아요. 그래도 김 지사가 당선되니까 민주당에 희망이 생긴거죠. 또 김 지사도 대권을 꿈꾸는 사람이니까, 꿈꾸는 사람들이 모두 한꺼번에 경쟁을 해야해요. 당원과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서 남아야지 안그러면 1인 독주가 돼요. 나도 꿈꾸는데! 제가 대통령 되면 제일 잘할 것 같아요 (웃음).”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박 원장의 개인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586용퇴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그건 말도 안 되는거에요. 586들이 잘했다고는 얘기할 수 없지만 못한 건 또 뭐 있어요. 그리고 정치인들을 그만큼 성장시키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잘못한 사람은 공천 주지 말고 또 공천을 주더라도 국민이 선거에서 떨어뜨리면 되는 거예요. 나이 들었다고 못하고, 오래 했다고 못하고 그건 아니잖아요. 가능하지도 않고 그렇게 해서도 안돼요. 어떻게 특정 세대를 나가라고 하나요. 본인이 결정하거나 당에서 공천을 안 주거나 선거에 출마해서 국민이 결정해야지. 누가 누구를 결정해요. 노장청이 조화를 이뤄야 해요.”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의 활동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번에 너무나 잘했어요. 그 나이에 여성으로서 과감하게 도전하고, 할 말 하는 거 얼마나 당당해요. 저렇게 가차 없이 버리면 앞으로 어느 청년들이, 여성들이 오겠어요. 이런 분들에게 다음 기회를 줘야된다고 생각해요. 길을 열어줘야 청년들이 오고 여성들이 오고 장애인들이 참여를 하고 그러는거에요. 젊은 사람들한테 어떻게 100% 잘하라고 해요. 나이 80살 먹은 저도 잘 못하는게 많은데요. 26세의 여성 청년이 얼마나 많이 트레이닝해서 성장이 돼 있어요. 이런 자산을 왜 버리냐고요. 선거 전에 당 비판했다고 하는데, 아니 그러면 자기들은 뭘 잘했어요. 박지현 위원장이 앞장서 싸울때 자기들은 뭘 했어요. 잘한 건 잘한대로 성장시켜야죠. 그런 청년 여성 지도자들을 많이 성장시켜야 민주당의 미래가 있는거에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달 됐는데,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꼽는다면요?
“신선한 점은 있어요. 맛집도 다니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기자들도 만나고 다 좋아요. 그렇지만 나는 한 달간 볼 때 총체적으로 ‘인사가 망사다’ 그렇게 봐요. 집권 16일 만에 국세청·경찰·군·검찰·국정원 5대 권력기관을 완전히 개편해 버렸어요. 특히 경찰이나 검찰은 청장과 총장 없는 상태에서 인사를 해버렸어요. 군은 우리 국민들이 많이 신뢰하고 존경해요. 그런데 임기가 남아있는 대장 7명을 잘라버렸어요. 경찰청장은 행안부 장관이 면접해가지고 결정하는 법이 어디 있어요. 또 중요한 포스트가 모두 검찰로 채워지니까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와요. 그리고 남북 분단과 동서 갈등이 우리 사회의 큰 문제잖아요. 역대 대통령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서 이걸 타파하려고 했는데 인수위, 내각, 대통령 비서실에 전남은 하나도 없어요.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는데, 종종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워딩은 정제되고 참모들의 검토가 있어야 돼요. “법대로”, “법조인 (인사) 더 할 수 있다” 이런 오기스러운 얘기를 해서는 안 돼요. 차라리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정제된 용어를 발표하고 질문도 하는 게 나아요. 출근길에 한 마디씩 하다가, 국내적으로 국제적으로 문제된 실수가 나오지 않을까 굉장히 염려가 돼요.”
―김건희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할 때 지인과 함께 간 게 논란입니다. 팬클럽을 통한 사진공개도 문제가 됐고요. 공사 구분이 명확해보이지 않는데요.
“대통령이 제 1외교를 한다면 영부인은 제 2외교를 담당합니다. 국내에서도 국민에게 상징적 영향을 주고 있어요. (배우자 담당) 제2부속실을 만들어서 공적인 역할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죠. 봉하마을 방문도 가까운 분들을 동행시킬 수는 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공적으로 먼저 검토가 돼야 합니다. 팬클럽을 통한 사진공개도 그렇고요. 제2부속실 만들면 언론이나 야당에서 비판할거에요. 예전에 와이에스(YS)는 뭘 바꿀때 그 자리에서 180도 넘어가버려요. 그러니깐 한두번 얻어맞는데, 디제이(DJ)는 논리적인 분이라 하루에 1도씩 넘어가서 180번을 얻어맞고 가는거에요. 어차피 제2부속실 만들 수밖에 없어요. 처음엔 비판받겠지만 그 이상 득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해요.”
―대통령 부부가 며칠 전 성북동 빵집 방문을 할때 시민 불편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다 밖에 나가고 싶어하셨어요. 대통령이 국민 손 잡으면 다 좋아하는데 왜 안 나오려고 하겠어요. 그런데 교통 통제 등으로 시민 불편이 엄청나게 커요. 이희호 여사님도 용인 산소에 혼자 다녀오시다가 교통 통제를 해서 항의를 엄청 받았어요. 그래서 제가 ‘사모님, 그렇게 사적으로 움직이지 마십시오’하고 제동을 걸었어요. 김대중 대통령도 잘 다니시던 한정식집에서 한번 식사를 하셨죠. 그 다음에 한번 더 가자고 하셔서 식당에 전화를 하니깐 오시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우리 예약 손님 취소하고 식당 비우는 것은 괜찮은데 옆 식당까지 경호실에서 다 비워버렸다’는 거에요. 경호상 어쩔 수 없어요. 소통도 좋지만 굉장히 절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민들을 생각하면 일류 백화점, 유명 빵집만 가실 필요가 있나요. 차라리 전통시장이나 동네 빵집을 가시면, 서민들도 동질감을 가지면서 대통령을 더 좋아하게 될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모든 행보는 그것이 곧 상징이자 정치에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박 원장의 개인 사무실에서 <한겨레> 최혜정 논설위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무실 벽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즐겨썼던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다’란 친필 휘호가 걸려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윤석열 정부의 대북 기조가 강경한데, 햇볕 정책이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 과거 정부가 쌓아온 자산을 무너뜨릴 것으로 보시나요?
“남북 관계는 제가 말하면 국정원장으로서 해 온 업무와 국가기밀을 언급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일체 얘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명박 대통령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변화된 10년을 인정하고 거기에서 출발했어야 되는데,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서 실패했고 결국 박근혜 정부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어요. 윤석열 대통령도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변화된 관계를 인정하고 그 지점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미국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늘 규탄하지만, 외교적 대화를 강조합니다. 외교적 해결이 병행돼야 하고, 북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대화에 나서야죠.”
―윤 대통령의 나토정상회의 참석을 우려한다고 들었습니다.
“외교는 국익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에 있지만, 러시아는 우리 조선·전자·자동차 쪽의 중요한 수출 시장이에요. 일방적으로 편중되면, 경제적 국익에 손해를 입을 수 있어요. 우리 대통령이 나토 사령부 정상회의에 가는게 어떤 실익이 있는가, 그것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나토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한일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할까요?
“대승적으로 풀어야해요. 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명을 받들어서 사실상 특사로 스가 총리를 두 번 만났어요. 제가 스가 총리에게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오늘의 한일 관계가 이루어졌는데 문재인-스가 선언으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하자. 그래서 크게 가자.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 두 정상이 손잡고 미국 가서 캠프 데이비드에서 세 분이 골프 치고 저녁에 와인잔 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합의해서 내면 시진핑 표정이 어떻겠나. 김정은이 어떻게 표정을 짓겠나. 그래야 도쿄올림픽도, 일본이 그렇게 얽매이는 납치 문제도 해결된다’ 이렇게 설득했어요. 그런데 일본이 안하더라고요. 우리는 준비가 돼있었어요.”
―한국이 한-미-일 중심으로 중국 포위망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드 배치때 생각해보세요. 중국이 우리한테 경제보복해서 롯데가 얼마나 당했어요. 지금도 비티에스(BTS) 공연, 한국 영화가 상영안되는 곳이 중국이에요. 우리가 인구 15억명 시장을 놓치고 있어요. 국익 중심으로 가야하고, 그래서 외교가 중요해요.”
―국정원장으로 재임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일은 무엇인가요?
“문 전 대통령이 저에게 ‘서훈 전 원장이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도록 국내 정보 수집 하는 수집·분석국을 해편해 버렸다. 그런데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이 안 됐으니까 국회를 설득해서 해달라’고 하셨어요. 그걸 했어요.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을 완성한게 정말 큰 보람이에요.”
―국정원장은 정권교체기에도 차기 원장 임명까지 남아있는게 관례인데, 정부 출범 직후 퇴임했어요. 어떤 상황이었나요?
“문 대통령 임기는 5월9일까지니, 그때까지는 문재인 대통령한테 충성하지만 5월10일부터는 (차기 원장 취임 전까지) 윤석열 대통령에게 충성하겠다고 제가 주위에 얘기했어요. 그런데 11일 아침에 갑자기 (윤 대통령 쪽에서) 전화가 왔어요. 차장들과 나가고, 모씨를 1차장으로 추천해주면 직무대행으로 하겠다고요. 그래서 오후까지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는데, 오전 11시에 우리 간부가 와서 ‘도저히 못 견디겠습니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1차장을) 바로 추천해주고 나왔어요. 안보공백이 생기기 때문에 국정원장 청문회가 끝나기 전에 이렇게 퇴임시킨 전례가 없어요.
―전임 국정원장들과는 다른 적극적인 공개활동에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네 그런 비판과 염려 잘 듣고 있습니다. 오해살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치인 박지원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활발하게 활동하려고 합니다.”
―올해 만 여든살인데 그렇게 보이지 않아요.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하루 1만5000보 걷기하고, 헬스도 열심히 해요. 에너지가 넘친다니까요. (수첩을 보여주며) 운동을 하면 날짜 밑에 동그라미를 쳐요. 하루라도 빠지면 안된다고 생각해서요. 피티도 주 2~3회 하고요. 그리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나이도 줄여줬잖아요. 며칠 전(6월5일 생일)까지는 만 79살이었다니까요. 하하”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