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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그래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일까?

등록 2022-06-09 18:16수정 2022-06-10 02:09

국회 건물 전경.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회 건물 전경.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세상읽기]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

최근 우리나라 집권당과 제1야당이 소란스럽다. 나는 이런 현상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가 됐고, 그래야만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란스러운 이유는 명확한 반면 소란의 내용이 어딘가 이상하다. ‘누가’만 도드라지고 ‘무엇’이나 ‘어떻게’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을 보면, 야당이었다가 집권당이 되었고 그 당의 역사성을 공유하지 않는 대통령 후보를 앞세워 집권당이 됐다.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 후보와 캠프가 내놓은 정책과 의제를 집권당의 그것으로 조율해내야 하는 큰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 당연히 소란스러워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앞으로 국정 5년의 방향을 가늠할 정보를 얻는다.

예컨대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인수위원회에서는 관련 내용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조직법이 통과되기 이전이라 일단 여성가족부 장관이 임명되긴 했는데, 그 장관의 말이 참 혼란스럽다. 앞으로 여성가족부 업무가 어디로 갈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은 이미 폐기됐는데, 이런 경우는 그래도 낫다. 시민의 입장에서 찬성과 반대는 다음 문제고, 예측 가능성이 보장되는 게 먼저다. 공약이 지켜지든 지켜지지 않든 간에 앞으로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정책들이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지가 보이는 게 중요하다. 여전히 현 정부의 많은 정책의 향방이, 내용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집권당은 더 소란스러워야 한다.

게다가 대통령은 정부 구성에서 검찰 출신 인사나 지인들을 주요 정책 부서 요직에 임명하고 있는데, 국민의힘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불안할 만하다. 이건 집권당 정당 정치인들 중에 누가 ‘윤핵관’이고 아니냐, 혹은 자신들이 가야 할 자리를 정당 외부자들이 차지하게 돼 누가 불만을 가진다는 자리다툼 문제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이 가져올 국정운영 리스크다. 인사로 발생할 리스크 검증의 1차적 책임은 집권당에 있으니 소란은 당연하다.

최근 이준석 대표와 정진석 의원이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벌이는 설전도 집권당이 소란스러워야 할 이유를 잘 보여준다. 이준석 대표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문제에 정진석 의원이 우려를 전달하면서 발생한 이 설전의 핵심은, ‘누가’ 싸우는가가 아니다. 집권당 대표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는 사건이 갖는 국정운영의 메시지가 핵심이다. 대체 왜 가는가, 이것이 현 정부의 향후 외교정책에 어떤 함의를 갖는가가 중요하다. 찬성과 반대는 그다음 문제다. 대체 어떤 이유로 이런 행위를 하는가가 먼저 알려져야 한다.

집권당에서 제1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소란도 이유는 분명하다. 집권당 시절 무엇을 하고 하지 않았는지, 그중 무엇이 집권당의 자리를 내놓게 만들었는지를 평가해야 제1야당으로서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기에, 소란은 필요하고 당연하다. 그런데 소란의 과정에서 드러나는 메시지는 ‘누가’ 잘하거나 잘못했는지만 도드라진다. 시민들 입장에서 중요한 건 ‘그래서,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다. 이걸 위해서 지나온 길을 평가도 하는 것이고 ‘누구’의 잘잘못도 따지는 것이다.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 선거에 나와야 하나, 말아야 하나’는 다수 시민들의 입장에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이재명 의원이 보궐선거에 나오면 안 됐다, 당대표 선거에 나오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는 의원들은 ‘그래서?’에 답해야 한다. 이재명이 아닌 이유가 아니라 다른 대안이 필요한 이유 말이다. 반대로 이재명 의원 출마를 주장하는 쪽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1600만표가 있으니 나와야 한다’는 건 이미 철 지난 얘기다. 그 1600만명이 지금도 지지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말하고, 그다음에 그 일을 할 사람이 이 사람이라고 말해야 시민들의 판단이 가능해진다.

정치인으로서 문재인 이재명을 평가해야 하는 게 먼저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했거나 해야 했는데 하지 못한 일, 이재명 전 대선 후보가 후보로서 하거나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평가가 먼저다. 그리고 ‘누가’ 하든 그건 다음 문제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먼저 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시민들의 귀엔 ‘누구와 누가 오늘도 열심히 싸웠다더라’라는 메아리만 울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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