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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심채경의 랑데부] 생명체는 온 우주에 우리뿐인가?

등록 2022-06-09 18:15수정 2022-06-10 02:07

‘온 우주에 우리뿐인가' 하는 오래된 질문에 우리는 아직 이렇다 할 명쾌한 답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생명을 이루는 데 쓰일 수도 있을 유기물질은 지구 밖에서 꽤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지구 밖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것인가와 그런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스콧 브레이 미국 해군정보국 부국장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열린 연방하원 정보위 산하 대테러·방첩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확인비행물체(UFO)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스콧 브레이 미국 해군정보국 부국장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각) 열린 연방하원 정보위 산하 대테러·방첩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확인비행물체(UFO)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심채경 |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지난달 17일 미국 의회에서 미확인비행물체(UFO) 존재 여부에 관한 청문회가 열렸다. 지금까지 알려진 기술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비행 현상이 지난 50여년간 400여건 기록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이룩하고 높은 기술 수준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우리도 아직 파악할 수 없는 비행체라니, 과연 외계에서 온 우주선일까?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설명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근거가 있어야 한다. 청문회에서 미 국방부는 지금까지 외계인에 관계된 어떤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온 우주에 우리뿐인가' 하는 오래된 질문에 우리는 아직 이렇다 할 명쾌한 답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생명을 이루는 데 쓰일 수도 있을 유기물질은 지구 밖에서 꽤 찾을 수 있다. 일본의 우주탐사선 하야부사 2호는 ‘류구'라는 이름의 소행성에 접근해 표면 흙을 채취했다. 지구로 가져온 류구의 흙을 분석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이 여럿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지구가 아닌 곳에도 지금 우리 몸을 이루는 것과 같은 재료가 있다. 그러니 우주 어딘가에는 그런 재료로 이루어진 생명체가 있을 법도 하다.

우리는 소행성뿐 아니라 화성이나 금성에서도, 목성의 위성 유로파나 토성의 위성 타이탄과 엔켈라두스에서도 생명체에 관계된 흔적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우주를 탐사하고 있다. 태양계 안에 있는 천체들이 태양계 생성 초기 같은 ‘원시 태양계 원반’에서 생겨났음을 상기할 때, 또한 그 원시 태양계 원반을 이룬 물질 역시 태양계가 생겨나기 훨씬 전부터 우주 속에서 다른 형태로 존재해왔음을 생각할 때, 지구에서 생명체가 발달했다면 지구 밖 다른 천체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순서일 것이다.

그러나 지구 밖에도 생명체가 존재할 것인가와 그런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지구 역사상 모든 순간에 생명체가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지구 밖 천체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런스는 한때 화성에도 생명체가 존재했으리라는 가정 아래, 우주생물학적 증거가 될 미생물의 흔적을 찾고 있다. 화성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토양과 암석을 탐색하고, 일부는 채취해 캡슐에 넣어 정해진 장소에 모아 둔다. 향후 다른 탐사선이 화성을 방문해 이들 캡슐을 수거해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오늘날의 화성 표면은 건조하고 춥지만, 수십억년 전 과거에는 축축하고 따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물을 기반으로 하는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환경이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암석은 수십억년 전 화학적 흔적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고, 그 흔적 중에는 유기물질에 의한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퍼시비런스는 화성에 물이 많이 있었던 시절 강의 하구였을 것으로 보이는 삼각주 지역에 착륙했다. 삼각주는 물길 하구의 퇴적 지형으로, 서로 다른 속도와 온도의 물이 만나던 곳이므로 생명체가 거주하기 좋은 지형이고 미생물체 흔적이 보존됐을 가능성도 비교적 높다.

2030년대에는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에 드론을 띄운다는 계획도 있다. 타이탄은 지구처럼 단단한 표면이 있고 지구와 비슷한 대기압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다량의 탄화수소 기반 유기물질이 있어서 생명체에 우호적인 환경이다. 화성보다 멀리 있어 아직 한차례밖에 탐사하지 못했지만, 미래의 탐사 임무에 거는 기대가 크다.

과학자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외계 생명체의 흔적이란 유에프오나 외계인과는 조금 다르다. 아주 단순한 형태의 미생물체 정도다. 우리와 교신하거나 우주를 가로질러 지구를 방문할 수도 있을 만큼의 기술을 발전시킨 지적인 외계 생명체를 만날 가능성은 더욱 낮을 것이다. 우리가 라디오를 듣거나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었던 시간은 지구 역사상 찰나와 같은 순간일 뿐이다. 너무 일찍 지구에 방문한 외계인이라면 인류를 만날 일도, 유에프오 기록에 남겨질 일도 없지 않은가.

화성을 탐사하는 행성과학자 세라 스튜어트 존슨은 우주에서 생명체를 찾는 일을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우리의 한계에 정면으로 맞서는 실존적 노력이며, 생명체란 무엇인가에 관한 배움이자, 종국적으로는 우주에서 고립된 우리의 상태에 대한 항거다.” 어쩌면 고차원적 기술을 가진 외계인이 유에프오를 타고 우주를 가로질러 우리를 찾아와 주기를 기대하는 것도 우리가 우주에서 고립된 것은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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