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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경미한’ 아동학대는 없다

등록 2022-06-07 18:13수정 2022-06-08 02:37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한겨레 프리즘] 황춘화 | 사회정책팀장

얼마 전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의 몸에서 상처를 발견한 부모가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확인했고, 영상에는 신체를 제압해 억지로 밥을 먹이거나,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거세게 밀치는 등 보육교사의 신체·정신적 학대 행위가 고스란히 촬영돼 있었다.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자신의 아이도 학대가 의심된다’는 다른 부모들의 신고도 뒤따랐다. 서울경찰청 아동학대전담팀이 수거해 간 시시티브이를 돌려받아 영상을 확인하기 전까지, 한달여 삶은 생지옥이었다. “돈 몇푼 벌겠다고…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들여보냈어요.” 부모들은 스스로를 ‘죄인’이라 탓했다.

로또만큼 어렵다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운 좋게’ 아이를 보내면서 단 하나의 믿음이 있었다. 국가가 관리하는 곳이니, 최소한 아이를 때리진 않을 거란 믿음.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국공립, 민간 가리지 않고 발생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매년 많게는 1천건이 넘는 아동학대가 어린이집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가 펴낸 <2020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학대는 매년 587~1384건으로 전체 아동학대의 3.1~4.6%다. 부모에 의한 학대가 80% 남짓으로 대다수이고,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의한 학대는 초·중·고교 직원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말 못 하는 아이들에게 행해진 폭력이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다. “아동학대 사건의 8할은 가정법원으로 넘어갑니다.” 피해 아동의 보호자는 강한 처벌을 요구하지만, 수사기관과 아동학대 전담공무원들은 쉽지 않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보육시설에서 발생한 신체·정신적 폭력 사건 재판이 형사법원이 아닌 가정법원에서 진행된다는 게 언뜻 이해되지 않았지만, 이는 사실이다. 실제 많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형사 기소 없이 ‘아동보호사건’이라는 이름으로 가정법원에 송치된다.

수사기관이 학대 가해자를 가정법원으로 송치하는 근거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26조와 27조다. 아동학대처벌법은 검사가 경미한 사건이라고 판단해 형벌 대신 보호처분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할 경우 사건을 가정법원으로 넘겨 아동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동보호사건에서 법원이 학대 가해자에게 내릴 수 있는 처분은 최대 200시간의 사회봉사·수강명령이다. 물론 이런 보호처분은 형사소송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전과가 남지 않는다.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가해지는 처벌이 음주운전 면허취소자와 같은 수강명령이라니, 부모들은 허탈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

경미한 사건의 경우 처벌보다 개선의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으나, 문제는 그런 판단을 하는 수사기관의 ‘아동학대 감수성’이 부모들의 그것과 괴리가 크다는 점이다. ‘옛날 어른들은 다 이렇게 키우지 않냐?’ 되묻는 수사관에게 사건 좀 꼼꼼하게 처리해달라며 증거자료를 ‘떠먹여’줘야 하는 게 현주소다. 학대 정황을 하나라도 더 수집해 형사 기소를 끌어내기 위해, 눈물을 훔치며 끔찍한 장면을 수차례 되돌려 보는 사람도 부모다.

“요즘은 오히려 우리가 (아동학대에) 너무 과민한 사람인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솜방망이 처벌의 가장 큰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를 역전시킨다는 것이다. 가해자는 아무 일 없이 사는데, 피해자는 ‘별것 아닌 일로 분란만 일으켰다’는 따가운 시선을 참아내야 한다. 이미 학대 피해를 본 부모의 마음은 하나다. 내 아이 말고 다른 아이는 이런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라는 그 마음. 사회가 주목하지 않은 폭력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엄한 처벌로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막겠다는 부모들이 옳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번엔 그들이 틀렸고 부모들이 맞다. 죄인은 부모가 아닌, 그들이다.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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