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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586 용퇴론 / 권태호

등록 2022-05-29 18:02수정 2022-05-30 02:07

‘용퇴’는 역사가 깊다. 중국 춘추시대 월나라 범려(BC 536~BC 448)의 고사에서 비롯된다. 구천을 도와 오나라를 꺾은 뒤, 그는 관직을 버리고 떠났다. 이를 거센 물길에서 용감하게 물러난다며, ‘급류용퇴’(急流勇退)라 했다. 한신과 함께 유방을 도와 항우를 꺾은 한나라 개국공신 장량(BC 250~BC 186)의 고사에도 ‘용퇴’가 등장한다. 장량은 ‘공을 세웠으면 물러나는 것이 맞다’(功成勇退)며 관직을 버렸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범려와 장량을 극찬했다. ‘토사구팽’이 이 고사에 나온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의 용퇴는 호신이 목적이었다. 그럼에도, ‘용’(勇)이라 한 건 나아갈 때보다 물러날 때 더 큰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띄워올린 ‘586 용퇴론’이 정치권을 흔든다. 지난 1월에도 김종민 민주당 의원이 ‘586 용퇴론’을 꺼냈고, 앞서 2019년, 2015년에도 ‘586 용퇴론’이 제기된 바 있다. 총선을 앞둔 때였다.

특정 연령층을 한꺼번에 물러나라고 하는 건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586이란 50대 전체를 말한다기보단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지칭할 때 더 많이 쓰인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김민석(1996년)으로부터 시작된 586의 정치 입성은 2000년 총선 ‘젊은피 수혈’, 노무현 대통령의 386비서관 대거 기용, 2004년 탄핵 역풍으로 운동권 출신 대규모 총선 승리 등으로 이어졌다. 이 기간 한나라당도 원희룡, 정태근 등 운동권 출신들을 영입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들은 한때 정치권에 개혁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으나, 지금 개혁은 지지부진하고 양극화는 더 심화됐다. 일부는 기득권화됐다. 민주화운동 이력을 훈장 삼아 보상받으려 하거나, 책임 있는 자리에서 기여가 없다면 질책받고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운동 이력’ 자체를 낙인찍으려는 건 보수 진영의 정치적 여론몰이 성격도 있다. 또 ‘연대 책임’은 현시대와 맞지 않다. 그러니 ‘아름다운 용퇴’보단 개별적 검증과 경쟁에 의한 ‘배제와 선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586 용퇴론이 때마다 거론되는 이유를 아프게 돌아봐야 한다. 너무 오래, 너무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586들은 디제이와 노무현 등 윗세대 지도자의 지지와 후원을 발판 삼았다. 박지현 위원장은 586을 향해 “청년 정치 도와달라”고 했다.

권태호 논설위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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