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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테라’ 사태와 폰지 사기 / 정남구

등록 2022-05-24 15:19수정 2022-05-25 02:08

찰스 폰지(1882~1949)는 유명한 사기꾼이다. 그는 어느 나라에서든 항공우편 기본요금에 해당하는 우표로 바꿔주는 만국우편연합의 ‘국제반신우표권’(IRC)이 나라마다 값이 다른 점에 착안했다. 싼 나라에서 사서 비싼 나라에서 파는 차익거래로 돈을 벌 수 있다며, 1920년 초 미국에서 투자자를 모았다. 45일에 50%, 3개월에 갑절의 수익을 약속했다. 우표권 시장은 차익거래를 시도할 만한 규모가 못 됐고, 폰지는 실제 사업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앞서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뒤에 투자한 사람에게 배당금을 줬다. 하루에 100만달러를 모을 정도로 규모가 커진 그의 사기극은 <보스턴 포스트>의 보도로 세상에 드러났다.

‘제때 돈을 갖고 튀는’ 게 목표인 그의 사기극에서 ‘폰지게임’이란 용어가 나왔다. 다단계 판매 조직을 구성해 상위 조직원에게 판매수당이 집중되게 하고, 판매수당 총액이 마진보다 많게 한 피라미드 판매도 일종의 폰지게임이다. 기업 가치를 부풀려 투자자들을 불러모아 주가를 크게 끌어올린 뒤 팔고 달아나는 ‘작전’도 원리가 같다.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액이 많아 지속 불가능한 연금제도나 돈을 빌려 이자를 갚는 카드 돌려막기도 폰지게임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돈 욕심은 사람을 눈멀게 한다. 폰지가 몇번의 옥살이를 하고 1934년 이탈리아로 추방당할 때도 부두에는 추종자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놀랄 만한 이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 대상’을 앞세워 사람들을 현혹하는 폰지 사기극은 오늘날에도 새로운 얼굴로 출몰한다.

권도형씨가 싱가포르에 테라폼랩스란 회사를 설립하고 발행한 가상통화 ‘테라’와 ‘루나’가 한때 수십조원어치로 부풀어올랐다가 순식간에 하찮은 디지털 파일로 전락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3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두 코인 발행 구조를 ‘피라미드 사기’라고 비판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을 표방한 테라는 사서 맡기면 연 20%의 이자를 주는 식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테라 사태를 계기로 ‘스테이블 코인’을 표방하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일부 스테이블 코인만 문제일까? 가상화폐를 대표하는 비트코인도 여전히 결제수단으로서 쓸모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폰지게임에 불과하다는 의혹 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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