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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내부 총질’을 위한 변명

등록 2022-05-23 16:40수정 2022-05-24 02:39

‘민주당 2030 여성 지지자 모임’ 100여명이 지난 20일 서울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 위원장이 최근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등에 엄정 대처한 것이 “무분별한 해당 행위”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박 위원장이 두달 가까이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내부 총질’만 해 지방선거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내부 비판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박 위원장을 겨냥했다.

각 정당 안에서 주류와 다른 의견은 종종 ‘내부 총질’로 표현되며 비난의 대상이 된다. 사생결단으로 치러지는 대선 때나 여야 간 첨예하게 맞서는 이슈가 있을 때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군’을 공격해 전력을 약화시킨다는 논리다. 지난 1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문제 등으로 윤석열 후보 쪽과 극심한 갈등을 빚자, 당내에선 “대표가 내부 총질 한다”며 퇴진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선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특혜 의혹’을 지적하는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 주장이 여러차례 제기됐다.

내부 총질이라는 비판은 다양한 의견을 입막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20대 국회에서 ‘조국 사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을 놓고 당내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냈던 이른바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의원은 강성 지지층에게 ‘분열론자’로 각인되며 전화·문자폭탄 등에 시달렸다.

박 위원장을 향한 이번 성토 역시 유사한 맥락이다. 박 위원장은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비판,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입시비리 사과 요구, 검찰 수사-기소 분리법안 ‘신중 처리’ 등 강성 지지층의 요구와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민주주의 핵심은 ‘다름을 온전히 인정하는’ 다원주의다. 소신을 배신으로 낙인찍고 이견을 내부 총질로 인식하는 한, 성찰과 쇄신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우리 편 감싸기’ 안 했다고 내부 총질이라면 그럼 계속 ‘내로남불’ 하라는 말이냐”고 했고, 이탄희 의원은 “당의 다양성, 당의 잠재력을 억압한다”며 ‘내부 총질’ 용어 폐기를 주장했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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