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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경제원팀? 금융원팀!

등록 2022-04-26 18:08수정 2022-04-27 02:39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4일 서울 통의동 제20대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3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4일 서울 통의동 제20대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3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세상읽기] 우석진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의 그림이 거의 완성됐다. 지명자들은 청문회를 거쳐야 하고 금융위원장, 경제수석 인선이 남아 있지만 중요한 자리는 거의 정해졌다고 볼 수 있다. 경제기획원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해 산업과 통상 분야 고위직을 두루 오간 한덕수 총리에, 경제부총리는 추경호 의원,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대기 전 통계청장이 지명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관련 절차가 진행되긴 했지만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장이 한국은행 총재에 임명됐다. 새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에 임명될 것으로 예상됐던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경제수석으로 유력하다는 것 정도가 변수다.

정부가 수행해야 하는 고유 역할로 재정학자인 리처드 머스그레이브는 거시경제 정책을 통한 경기안정화를 들었다. 우리는 기획재정부가 거시경제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더 나아가 경기안정화를 위해 조세 및 재정 정책이 필요하고, 이는 예산과 세제 기능을 통해 구현된다. 국가의 재산을 관리하는 국고 기능도 여기에 추가된다.

진보정부인 문재인 정부의 경우 이상하리만큼 예산실 출신들을 중용했다.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된 김동연 전 부총리가 예산실장 출신이고, 현 홍남기 부총리 또한 예산실 예산기준과장을 지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또한 예산실장을 지낸 예산통이다. 다른 청와대 참모들 가운데도 예산실 출신이 여럿이다.

흔히 공무원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조직으로 행정안전부 조직국과 기획재정부의 예산실이 손꼽힌다. 행안부 조직국은 정부부처 조직 구성을 총괄하고, 기재부 예산실은 예산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보직과 예산을 관할하니 모든 부처 공무원들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 조직을 휘어잡는 장악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라, 일정 기간 경험과 관행이 누적돼야 발휘될 수 있다. 공무원들에 대한 신뢰가 낮은 문재인 정부의 어공(어쩌다 공무원)들이 예산실 출신들을 선택한 것은 부처 장악력을 고려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실제 기재부 안에서도 거시 정책을 총괄하는 1차관 라인보다 예산을 총괄하는 2차관 라인이 실세라는 얘기가 이 정권 내내 파다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반대로 주요 경제포스트에 기재부 제1차관 라인을 중용하고 있다. 한꺼풀 더 들어가 보면 그중에서도 금융정책 라인들이 중용되고 있다.

경제부총리 후보인 추경호 의원은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금융정책국장,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추 의원이 금융정책국장이었던 시절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금융위 부위원장과 그 아래 주무 국장이, 이제 한은 총재와 경제부총리라는 카운터파트가 돼 만난 것이다. 경제수석으로 유력하다는 최상목 전 차관도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과 금융정책과장,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을 거쳤다. 예산실에서 잔뼈가 굵은 김대기 비서실장 내정자 정도만이 이런 흐름에서 예외로 보인다.

금융정책 분야는 과거 재무부,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 시절 실력이 검증된 경제관료들이 거쳐가는 곳이었다. 다만 똑똑하기로 소문난 관료들이 거치는 승진 코스라 해도, 하나의 라인으로 경제팀이 구성되면 전문성은 물론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금융 부문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다. 시장 진입과 퇴출은 물론 상품의 생산과 유통이 전혀 자유롭지 않다. 소비자 보호와 시장의 안정성 등을 이유로 정부의 강한 규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의 인허가 없이는 시장에서의 활동은 물론 생존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시장 자체가 그럴진대 금융정책통 공무원들의 머릿속에 자유로운 산업의 성장보다는 관치(官治)라는 규제가 그려지는 건 당연하다. 대놓고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는 말이 나오지 않았던가. 기존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가 수없이 만들어지고 소멸하는, 역동적이면서 변화무쌍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시장을, 금융정책을 담당하던 공무원들이 잘 뒷받침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견제와 균형이다.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한솥밥을 먹던 하나의 라인으로 구성되면 다양한 토론과 의견이 오갈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좋은 방향으로 갈 때야 효율성이 담보되겠지만, 반대의 경우 브레이크를 걸어줄 이는 찾기 힘들지 않을까. 새 정부 경제팀에서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할지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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