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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윤석열 인수위, 위험한 부동산 불장난

등록 2022-04-20 17:18수정 2022-04-21 02:38

지난 3월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안정세를 찾아가던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안정세를 찾아가던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세상읽기] 박복영ㅣ경희대 교수·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출범한 지 한달이 지났다. 안정세를 찾아가던 서울 집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는 대선 직전 주간 상승률이 -0.03%까지 떨어졌지만, 대선 이후에는 보합세로 전환되고, 강남 4구는 결국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재건축 완화 공약에 대한 기대가 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대선 결과를 좌우한 것은 부동산이었다. 윤석열 당선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신랄하게 비판하며 부동산만큼은 자신있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안정돼가던 부동산 시장을 다시 들쑤셔놓았다. 그리고 인수위는 아무런 대책도 내지 못한 채 정책 발표를 뒤로 미루며 집값 불안만 키우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는 유세 기간에 문재인 정부가 득표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집값을 올려놓았다고 주장했다. 집을 가지면 사람들이 보수화되기 때문에 집값 상승을 부추겨 이를 막았다는 것이다. 논리도 근거도 없는 정치적 선동이다. 아무리 선거 기간이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선을 넘은 발언이었다. 대한민국의 어느 정부도, 어느 대통령도 이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과 같은 대한민국은 없다.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바뀐 지금 아마 절실히 깨달을 것이다. 부동산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국민의 원성이 들끓고, 가계부채로 경제가 위태로워지며, 정치적으로는 필패라는 사실을.

윤석열 인수위의 부동산 대책은 단순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을 왜곡한 비정상적 정책이므로 이를 뒤집는 것이 곧 정상의 회복이며 집값 안정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수요를 억제하는 대신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요지에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대출 규제를 완화해 실수요자들이 쉽게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등.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아주 매끈하게 작동하는 경제학 교과서의 시장과 가장 거리가 먼 것이 부동산 시장이다. 단기간에 공급이 불가능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예상이 큰 역할을 하며, 금리나 유동성 같은 금융 요인이 가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곳이 부동산 시장이다.

공급을 늘리면 가격이 하락한다는 그 단순한 경제원리를 몰라서 정책이 실패했겠는가? 공급을 늘리려면 재건축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을 몰라서 실패했겠는가? 재건축 규제 완화의 작은 조짐만 보여도 구축 주택 가격이 급등하고 그 효과가 주변으로 전염되기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대출을 규제하면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피해 본다는 것을 몰라서 그런 정책을 도입했겠는가? 그 피해보다는 규제하지 않았을 때의 집값 급등이 그들에게 더 큰 피해라고 판단해서 대출을 규제한 것이다. 그 덕분에 현 정부의 정책 실패는 그나마 끝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게 되자 대출 제한이 불편했던 은행들은 눈치를 살폈다. 대출 규제 완화를 공약한 당선자를 믿고 한 은행이 슬쩍 부동산 대출 재개를 발표했다. 인수위에서 아무런 경고도 없었다. 곧 여당 의원이 될 금융권 출신 유력 의원은 은행 대출이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부추겼다. 그러자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한도를 없앴다. 시장이 이런 신호를 놓칠 리 없고, 서울 집값은 다시 들썩이고 있다.

나는 윤석열 당선자의 목표가 부자 감세가 아니라 집값 안정이라고 굳게 믿는다. 국민의 삶을 살펴야 할 대통령 당선자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떠나는 정부보다 부동산 전쟁에서 훨씬 유리한 사이클 위에 있다. 금리를 인상하고 유동성을 흡수하는 국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부동산 열기는 결코 식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당선자는 이런 점에 각별히 유의해주길 기대한다. 우선 부동산 문제를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장관이나 참모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둘째, 교과서를 들먹이며 부동산 문제가 단순한 것처럼 말하는 참모는 멀리해야 한다. 얼치기 전문가일 가능성이 크다. 셋째, 정책결정자가 건설사나 은행의 이해관계에 포획되지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포획은 부정한 거래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업계의 이해와 논리가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되어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포획이다. 마지막으로, 집값 안정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아니라 경제부총리가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집값 안정의 핵심은 건축이 아니라 금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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