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학에 ‘피장파장의 오류’라는 게 있다. 다른 오류의 사례를 들어 자기 오류를 정당화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예컨대 자식의 봉사활동 이력을 부풀려 비난받는 대학교수가 ‘내 주변 교수들도 다 그렇게 한다’고 반박하는 경우다.
피장파장의 오류가 만연한 곳 가운데 하나가 정치권이다. 정권교체로 여야의 처지가 뒤바뀌는 일이 잦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야당 시절 여당의 처신을 문제 삼아 모질게 공격했던 일들이 여당이 되고 나면 고스란히 제 발목을 잡는다. 한때의 무기였던 말과 논리가 처지가 바뀐 나를 매섭게 공격하는 것이다. 이때 동원할 수 있는 방어 논리가 ‘피장파장’이다. “여당 하는 일이 항상 이런 거지, 왜 나만 갖고 그래?”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피장파장’은 항상 ‘내로남불’이란 반박 논리를 동반하고, 그 역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자녀 문제와 관련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처신을 두고 벌어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쪽과 더불어민주당의 공방을 보자. ‘의혹만 갖고 후보자를 사퇴시킬 수 없다’는 윤 당선자 쪽 논리는 2019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민주당과 청와대가 보인 입장과 판박이다. 이런 윤 당선자 쪽 태도는 민주당이 볼 때 ‘내로남불’(“그때는 안 된다고 하더니”)의 전형인 반면, 윤 당선자와 국민의힘 입장에선 2년 전 민주당이나 지금의 자기들이나 ‘피장파장’(“너희도 했잖아”)이다. ‘정파성’의 개입을 배제한다면, 누구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 동일한 사태를 두고 공수만 뒤바뀌었으니 모순되는 두 주장 모두 통용 가능해진 것이다.
최악은 ‘내로남불’과 ‘피장파장’의 꼬리 무는 공방이 현안마다 반복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속 시원히 해결되는 일 없이 갈등의 에너지만 차곡차곡 쌓이고, 정권이 바뀌어도 불복과 적대의 악순환이 이어질 뿐이다. 현실적 해법은 하나다. 상황을 바꿀 힘이 있는 쪽이 먼저 물러서는 것이다. 정치에선 권력을 틀어쥔 쪽에 더 많은 책임이 따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점은 조국 사태에서 건져야 할 핵심 교훈이기도 하다. 집권 5년 만에 야당 처지로 전락한 민주당을 보면서 윤 당선자와 국민의힘은 느끼는 게 없단 말인가.
이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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