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지구 밖 우주 어느 곳에서도 살아 있는 생명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주 오래전에는 생명을 품을 수 있는 장소가 화성 어딘가에 존재했으리라고 짐작할 뿐이다. 목성 궤도 혹은 그 너머 천체 중 어딘가에 꽁꽁 얼어붙어 있는 단단한 표면 아래에 지구에서와 유사한 바다가 있다고 보기도 한다.
심채경 | 천문학자
달의 지형마다 붙어 있는 과학자들의 이름에는 재미난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다. 그중 하나는 바이에른의 의사 겸 천문학자 그뤼튀젠의 이야기다. 1822년 어느 날, 그는 아침부터 작은 망원경으로 반달을 관찰하고 있었다. 아침이므로 하현달이다. 그는 달의 한가운데에서 살짝 서쪽, 반달의 직선 부근, 햇빛이 들고 들지 않는 그 반듯한 경계선 바로 옆을 보고 있었다.
가지런하면서도 울퉁불퉁한 지형에 낮게 깔린 그림자가 얽히며 자아내는 기묘한 광경이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작은 크레이터(구덩이)로부터 뻗어 나오는 길쭉한 무언가를 네개의 짧은 또다른 무언가가 가로지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척추동물의 엑스선 사진 같기도 하고, 고대 인류가 숫자를 표기하기 위해 여러 겹의 선을 겹쳐 그어 놓은 표시 같기도 했다.
그는 이 패턴이 과연 자연 지형일까를 두고 깊이 고민했다. 그로부터 2년여 뒤, 그는 달에 있는 도시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누군가 달에 성벽 같은 것을 지어 놓았다는 것이다. 성벽의 북쪽으로는 얼핏 별 모양처럼 보이는 또다른 구조물이 있으며 이는 같은 거주자들이 건설한 사원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의 혁신적인 주장이 처음에는 학계의 이목을 끌었고,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수많은 대학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뮌헨 대학의 천문학 교수가 되어 연구에 매진했다. 그러나 그의 연구는 점차 고행길로 접어들었다. 그가 관측한 것을 재확인할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뤼튀젠 자신도 한달 중 특정한 시기에만 그 구조물의 존재를 재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현달 무렵, 그 지역에 해가 아주 낮게 들어서 작은 지형도 제법 긴 그림자를 드리울 때만 말이다. 그뤼튀젠의 눈에만 보인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누르스름한 것을 보니 식물이 있고, 구불구불한 지형은 동물 떼가 오가며 난 길이라는 등의 후속 연구를 발표했지만 누구도 교차검증하지 못했다. 지난한 과정이 오래 반복된 끝에, 학술지에서는 더 이상 그의 논문을 받아주지도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늘날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달은 생명이 살기에는 너무 가혹한 장소라는 것을. 달의 밤은 너무 춥고, 낮은 너무 뜨겁다. 대기도 없고 물도 없다. 진공 상태인 우주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누군가 달에 가서 표면에 물을 쏟아부어 본다고 해도 금세 날아가버린다.
그 모든 것을 알지 못했을 때는, 달에 생명체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았다. 비슷한 시기, 망원경을 통해 처음으로 화성을 관찰했던 관측자들도 화성 지형의 이런저런 무늬를 보고 잘 정리된 관개수로가 있다고 오해했다. 지금 보기에는 황당한 주장이지만, 당시에는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고, 관개수로를 건설할 만큼의 지능과 능력을 가진 생명체가 화성에 존재한다는 믿음은 초기 화성 탐사를 촉진한 요소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우리는 아직 지구 밖 우주 어느 곳에서도 살아 있는 생명을 발견하지 못했다. 한때 생명이었던 화석도 발견하지 못했다. 아주 오래전에는 생명을 품을 수 있는 장소가 화성 어딘가에 존재했으리라고 짐작할 뿐이다. 목성 궤도 혹은 그 너머 천체 중 어딘가에 꽁꽁 얼어붙어 있는 단단한 표면 아래에 지구에서와 유사한 바다가 있다고 보기도 한다. 지구의 바다에서 생명이 피어났듯, 과거와 미래 사이 어느 시점엔가 그곳에서도 생명이 움트는 일이 있으리라 기대할 뿐이다.
오늘날 그뤼튀젠의 이름은 달 북반구의 서쪽 중위도에 있는 크레이터와 한때 화산 활동으로 울쑥불쑥 솟아오른 화산 지대의 이름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멈춘 듯 황량한 달에도 한때는 용암이 흐르고 땅이 솟는 지질 활동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독특한 지역의 특성을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은 그곳으로 착륙선을 보내려고 한다.
그뤼튀젠이 오늘날처럼 우주탐사를 할 수 있는 시대에 살았더라면, 지적 생명체의 정착지 대신 태양계 초기 환경의 비밀을 풀 힌트를 간직한, 달이라는 자연의 한 조각에 바짝 다가가서 살펴보는 일에 매진했을 것이다. 자신이 관찰한 것을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재확인하고 그 근거를 제시하고자 했던 태도만큼은 본받을 만하다. 그뤼튀젠의 이름을 딴 달의 지형에서 우리 인류는 정착지 대신 무엇을 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