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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앤장 고문’ 한덕수는 왜 또 총리가 되려 하나

등록 2022-04-13 15:56수정 2022-04-14 02:09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지명된 한덕수 전 총리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편집국에서] 박현철 | 콘텐츠기획부장

4년4개월 19억7748만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017년 12월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받은 보수다. 덕분이었는지 2012년 4월 마지막 공직이었던 주미대사에서 물러난 뒤, 10년 만에 재산은 두배 가까이 늘었다.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하면서 신고한 그의 현재 재산은 82억5937만원이다.

김앤장을 위해 일한 그의 직함은 ‘고문’이다. 고문이 궁금해졌다. 사전을 찾아보니, ‘어떤 분야에 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자문에 응하여 의견을 제시하고 조언을 하는 직책이나 사람’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유경험자겠다. 개인이든 회사든 시행착오와 오판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럴 때 유경험자의 조언은 최소한 심리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직함 여부를 막론하고 고문은 흔하다. 개인에겐 고문 역할을 하는 친구, 가족, 선후배가 있다. 크고 작은 회사들엔 상근 또는 비상근 고문들이 있다. 한겨레에도 있다.

‘순진하게시리, 그 고문이 이 고문이겠냐’는 소리가 들린다. 그럴 만도 하다. 다른 곳도 아닌, 김앤장이 붙여준 고문이다. 어떤 자문과 조언이 오가길래 1년에 5억원 가까운 대가를 받을 수 있을까.

로펌 고문들이 하는 일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고액 수임료를 받는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들은 변론요지서나 상고이유서, 변호인 의견서 등에 이름이라도 남긴다. 이들이 다시 공직 후보자가 되면 의무적으로 로펌 재직 중 수임자료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반면 비법조인 고위 공직자 출신 로펌 고문들의 일은 흔적이 남지 않는다. 공직으로 돌아올 때 아무런 제한도 의무도 없다. 감시도 검증도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한덕수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고 한다. 인사청문회 ‘출연자’들이 누구인가. 청문회가 시작되는 순간 ‘실체’는 사라지고 정치인들의 말만 넘쳐날 것이다.

그나마 한 다리 건너 들었던 한 로펌 고문의 일은 이런 식이다. “같이 일하던 후배한테 전화해서 인사하고, 이런저런 사소한 얘기 하면서 한두개 물어보는 정도야. 별일 아닌 일들이야.” 비법조인으로 장관 출신인 그는 “별일 아닌 일”이라는 걸 강조했다고 한다.

그 내용이 무엇이든 로펌 고문들은 정말 자신들의 일을 ‘별일 아닌 일’이라 여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난 법을 어기지도 않았고 윤리적으로도 나쁜 일을 하진 않았다’는 ‘뇌피셜’을 완성할 수 있을 테니. 그들은 후배한테 전화 한통 하는 일을, 식사 자리 한번 마련하는 일을, 알아두면 좋을 사람들을 소개하는 일을 할 뿐이다. 고문들이 한 별일 아닌 일은 로펌을 거치면서 1년에 5억원 보수가 아깝지 않은 ‘법률 자문’이 된다. 주로 규제나 인허가와 관련해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며, 직무를 통해 얻은 지식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책 결정권을 가진 정부 관료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로 바뀌는 것이다. 김앤장에만 80명 넘는 고문이 있다. 로펌들이 송무만 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별일 아닌 일만 하다 보니 싫증이 난 걸까. ‘총리 출신 김앤장 고문’ 한덕수는 ‘김앤장 고문 출신 총리’ 한덕수가 되려 한다. 왜 한덕수는 다른 일도 아닌 총리를 다시 하려 할까, 궁금했다. 돈을 더 벌고 싶은 걸까.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 업무와 스트레스를 적지 않은 나이에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건, 쉽지도 흔치도 않은 일이긴 하다.

그래서 어쩌면 정말, 한덕수는 국가와 국민에 대한 마지막 봉사를 한다는 심정으로 대통령 당선자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삼고초려를 했다는데, “총리님 아니면 맡을 분이 없습니다”란 얘길 세번쯤 들으면, ‘내가 아니면 안 돼’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총리 한덕수는 전 직장이자 앞으로의 직장이 될 수도 있는 김앤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보다 먼저, 총리가 된 한덕수를 김앤장이 가만히 내버려 둘까. 김앤장 고문 한덕수가 했을지도 모를 일, 별일 아닌 듯 총리 한덕수에게 영향을 미치려 할 때 이를 매몰차게 거절할 수 있을까. 그가 한 일을 오직 김앤장만이 알고 있는데.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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