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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뉴 스페이스’ 시대 미-중의 ‘우주 지배권’ 장악 경쟁

등록 2022-04-11 18:02수정 2022-04-12 02:34

[박현의 G2 기술패권] _16
미-중 경쟁도 최근 저궤도 소형 군집위성 사업에서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에선 민간의 기술혁신이 워낙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어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쉽지 않은 양상이다. 중국의 우주개발은 국영기업 주도여서 혁신을 제한하는 한계가 있었으나 2014년부터는 뉴 스페이스 활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의 사상 첫 ‘재사용 로켓’인 팰컨9가 2017년 3월30일 오후 6시27분(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있다. 케이프커내버럴/UPI 연합뉴스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의 사상 첫 ‘재사용 로켓’인 팰컨9가 2017년 3월30일 오후 6시27분(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있다. 케이프커내버럴/UPI 연합뉴스

러시아는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하자마자 우크라이나의 전력·통신망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공격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많은 지역에서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됐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장관은 이틀 뒤인 26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엑스 창업자에게 트위터로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불과 10시간이 지난 뒤 머스크는 트위터로 이렇게 화답했다. “스타링크 서비스가 우크라이나에 지금 개통돼 있다. 더 많은 단말기가 운반 중에 있다.” 지난달까지 5천개 이상의 단말기가 우크라이나에 제공됐다고 한다.

스타링크는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역이 서비스 지역은 아니지만, 러시아의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아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된 지역에서 백업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물론 정부와 군도 이용 중이다.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러시아군을 공격할 때도 스타링크 서비스를 활용했다고 외신은 전한다.

스타링크 사례는 인공위성의 잠재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타링크는 저궤도(고도 500~1500㎞)에 쏘아올린 수천개의 소형 군집위성에서 전파를 보내 인터넷 및 광대역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소형 군집위성은 수백~수만개의 위성을 저궤도에 발사해 하나의 시스템처럼 운용하는 걸 말한다. 이렇게 하면 특정 지역의 실시간 관측과 전 지구를 대상으로 한 광대역 인터넷·통신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스페이스엑스는 2019년 소형 위성을 저궤도로 발사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약 2400개를 쏘아올렸으며, 2027년까지 1만2천개를 발사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약 9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미국 외의 지역에서도 이용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중 패권 경쟁이 지구에서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우주공간은 이제 지구의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인공위성은 날씨 정보, 위치 정보, 내비게이션, 관측 영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군사적으로도 표적 탐지와 조준, 정찰 영상, 통신 도청 등에 활용된다. 프랭크 로즈 미국 국가핵안보청(NNSA) 수석부청장은 한 보고서에서 “우주 기반 자산은 미국의 글로벌 군사력 투사의 핵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과거 정부와 군이 우주개발을 주도했으나, 2015년께부터 민간이 주도하는 이른바 `뉴 스페이스’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올드 스페이스’가 주로 강대국의 정치적·군사적 수단으로 이용됐다면, 뉴 스페이스는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의 상업적 수단이 되고 있다. 이런 전환에는 위성 발사 비용의 대폭 감소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스페이스엑스가 사상 처음으로 2017년 재사용 로켓(팰컨9) 발사에 성공하면서 저궤도 소형 위성 발사 비용이 거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우주개발 기술력이 부족한 국가나 스타트업도 우주산업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예전에 중대형 발사체에 의한 저궤도 위성 발사 비용이 ㎏당 1만~2만달러였는데 2020년 팰컨헤비의 등장으로 1300달러까지 절감됐다”며 “지난 50여년 동안 높은 발사 비용이 우주산업 발전의 큰 장벽이었는데 이 비용이 감소하면서 새로운 우주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 급성장하는 영역이 바로 저궤도 소형 군집위성이다. 경제적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기존의 통신위성이 정지궤도(고도 3만5786㎞)에서 서비스를 하는 것과 달리, 저궤도 운용은 지구와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 데이터 전송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강점이 있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전세계 약 40억명이 잠재적인 고객이 될 수 있다. 또한 초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 시대에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을 실용화하는 토대가 된다.

미-중 경쟁도 최근 저궤도 소형 군집위성 사업에서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에선 민간의 기술혁신이 워낙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어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쉽지 않은 양상이다. 브라이스테크의 ‘스타트업 우주 2022’ 보고서를 보면,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소형 위성 총 4676개가 발사됐다. 이 가운데 미국이 3241개로 전체의 69.3%를 차지했으며, 이어 영국 421개(9%), 중국 274개(5.9%) 등의 차례였다. 한국은 21개로 12위에 그쳤다. 미국의 우주 관련 스타트업은 지난해 말 350개를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의 우주굴기도 진도가 상당히 빠르다. 중국은 1996년 대만해협 위기 때 미사일 발사 실패를 계기로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중국은 대만의 독립 움직임에 경고하고자 대만의 군 기지 인근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했는데, 첫번째 미사일은 목표물에 명중했으나 두번째와 세번째는 실패했다. 이는 미국의 위성항법시스템인 지피에스(GPS) 장애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위성항법시스템이란 위성으로부터 전파 신호를 받아 지상에서 정지 또는 이동 중인 물체의 위치와 속도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하며, 미사일 발사도 여기에 의존한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009년 중국 인민해방군 퇴역 장교의 말을 인용해 “두번의 미사일 발사 실패는 지피에스의 갑작스러운 교란 때문일 수 있다고 나중에 분석됐다”며 “이것이 인민해방군에는 ‘잊을 수 없는 치욕’이었으며 어떤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결심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실제로 토종 위성항법시스템인 베이더우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00년 첫 위성을 발사하고 2007년까지 1단계를 완성해 자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2단계로 2012년까지 아시아 지역 서비스를, 2019년까지 총 53기의 위성을 발사해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미국·유럽·러시아의 시스템 규모를 넘어서는 것이다.

중국은 저궤도 소형 군집위성에서도 국영기업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국영기업인 중국항천과기집단(CASC)은 2023년까지 60개, 2025년까지 320개를 발사할 예정이다. 지난해 4월에는 중국위성네트워크그룹(CSNG)을 설립해 중국판 스타링크인 ‘궈왕’(국가 네트워크라는 뜻) 구축에 나섰다. 궈왕은 총 1만2992개의 소형 군집위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중국의 우주개발은 국영기업 주도여서 혁신을 제한하는 한계가 있었으나 2014년부터는 뉴 스페이스 활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그해 ‘민간 우주 인프라를 위한 중장기 발전계획’(2015~2025)을 발표했다. 이후 민간 스타트업들이 탄생해 국영기업의 하위 파트너로 참여하거나 틈새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우주 스타트업은 150개 이상으로 파악된다.

미-중의 우주 경쟁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까. 결국은 자금력과 기술력이 관건이다. 현재로선 두가지 모두에서 미국이 앞선다. 특히 중국이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뒤처진 점은 상당한 약점이다. 장영근 교수는 “중국에서도 6~7년 전부터 민간투자가 시작됐지만 아직 미국의 인프라와 비교가 안 된다. 또한 스페이스엑스처럼 저비용 발사체도 완전히 성공하지 못한 상태여서 아직은 미국을 따라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이 일부 첨단 기술에서도 미국을 따라잡고 있듯이 중장기적으로는 우주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실제로 중국은 2019년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하고, 지난해엔 화성에 탐사선을 착륙시켰을 정도로 우주 기술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IISS)은 올해 1월 보고서에서 “우주 분야의 우주 운송, 유인 우주비행, 위성항법 및 통신, 우주탐사 등에서 미국은 단연 앞서 있다”며 격차를 인정했다. 다만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과의 ‘기술 디커플링’에 가까운 조건에서도 크고 온전한 기술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고, 미국 대비 시간적으로 지체되고 품질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기술에서 ‘세대 차이’가 없고 더욱이 개별 프로젝트에서는 동등하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는 지난해 7월 ‘글로벌 트렌드 2040’ 보고서에서 “2040년까지 중국은 우주 분야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라이벌이 될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유럽과 독자적으로 우주 기술 개발의 길을 계속 추구하고, 중국 주도의 우주 활용에 참여하는 외국 파트너들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현 | 논설위원
1994년부터 경제·국제·사회부에서 주로 일했으며, 워싱턴특파원·국제부장·경제부장·부국장 등을 지냈다. 특파원 시절 오바마-시진핑 정상회담, 미국의 대외정책과 군산복합체 등을 취재했으며, 2015년 미국의 사드 배치 의도를 폭로한 보도로 관훈언론상 국제보도상을 수상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까지 알리바바 등 중국 주요 첨단기업과 금융회사들의 발전상을 현장 취재했다. G2의 패권 경쟁이 한국 경제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있다.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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