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교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동산 태스크포스 팀장이 3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현 | 논설위원
집값이 다시 불안하다. 지난해 말부터 가까스로 안정세를 찾은 집값이 대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본격 활동에 들어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서울 강남권의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꿈틀대고 있다. 한동안 숨을 죽이며 관망하던 시장이 새 정부 부동산정책의 방향에 대한 감을 잡았다는 듯한 분위기다.
이런 양상은 5년 전 문재인 정부의 출범 초기를 떠오르게 한다. 2017년 5월9일 대선 전후까지 몇개월간 잠잠하던 집값은 5월 말부터 오름세를 탔다. 현 정부는 이어 5년 내내 부동산 악몽에 시달렸고, 결국 정권까지 내주고 말았다. 현 정부가 집값 잡기에 실패한 원인을 꼽자면 한이 없겠지만 세가지에 주목하고 싶다.
첫째는 정권 초기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를 꺾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집값을 결정하는 데는 금리, 가구 수, 소득, 공급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지만 사람들의 심리를 빼놓을 수 없다. 집값이 한동안 오름세를 타면 더 오를 거라는 집단 심리에 빠져든다. 집을 가진 이는 더 오를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고, 집이 없는 이는 지금 사지 못하면 영영 집 장만을 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에 빠져든다. 그래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빚까지 내어 ‘패닉 바잉’에 나서는 이들까지 나타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자산가격 거품 연구의 권위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이를 ‘사회적 전염’이라는 용어로 표현했다. 마치 전염병처럼 퍼지는 이런 집단 심리를 정권 초기에 확실하게 꺾어놔야 했는데, 현 정부는 그러지 못했다. 현 정부 첫 부동산대책인 2017년 6·19대책은 담보인정비율(LTV)을 70%에서 60%로 찔끔 인하하는 수준에 그쳐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 정부가 집값 잡기보다 경기에 더 신경쓰는 것 아니냐는 인식을 심어줬다. 다음달 집값은 더 뛰었다.
둘째는 부동산 정책은 공급·세제·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어 마치 종합예술과도 같은데, 나무에 집중하느라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12월 발표된 민간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대신에 세입자에게 4~8년간 임대 기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세금 감면에는 다주택자들이 8년 이상 임대하는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 70% 혜택을 주고, 6억원 이하 주택에는 양도세 중과 배제까지 해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넉달 전 8·2대책에서 양도세 중과 조치를 받은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준 격이었다. 이에 다주택자들은 대거 갭투자에 나섰고, 이는 이듬해 상승장의 기폭제가 됐다. 세입자 주거 안정이라는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었으나 다주택자 투기 억제라는 목표와 충돌하면서 파열음을 낸 것이다.
셋째는 과잉 유동성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이다. 현 정부에서 집값 급등은 크게 두 시기로 나뉜다. 2017~2018년엔 서울과 경기 일부 중심으로 1차 급등했고, 2020~2021년엔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1차 시기엔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 정책으로 대표되는 규제 완화의 영향과 현 정부의 정책 실패가 주요인이었다면, 2차 시기는 코로나 대응을 위한 초저금리 정책이 주요인이었다. 2020~2021년엔 미국 등 주요국이 모두 같은 이유로 집값이 폭등했으니 딱히 현 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적용을 포함한 고강도 대출규제를 조금 더 일찍 시행했더라면 집값 안정 시기를 앞당겼을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인수위가 내놓는 설익은 정책들을 보노라면 과연 투기 심리를 차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지금 시장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건 재건축·세제·대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 심리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 인수위가 발표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는 보유세가 완화된다면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또한 임대차 3법 개폐의 대안으로 제시한 임대등록 활성화 방안은 엉뚱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대출 규제, 그중에서도 디에스아르 규제 완화는 윤 당선자 말마따나 “큰코다치는” 악수가 될 수 있다. 현 정부의 정책은 ‘비정상’이므로 모두 뒤집겠다거나 단기에 성과를 내겠다는 과욕은 금물이다. 현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부동산 불패 신화를 부디 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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