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프리즘] 김규현 | 전국팀 기자
“경남도지사 하고 또 대구시장을 한다고요?”
“경북에서 국회의원 오래 하지 않았어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마하라고 했나 보죠?”
6월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구을), 김재원 전 최고위원, 유영하 변호사에게 따라붙는 물음표들이다. 지난달 대선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로 끝난 뒤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에서는 지방선거 분위기가 슬슬 달아오르고 있다.
사실상 당선증이나 마찬가지인 국민의힘 공천을 누가 받느냐가 관건이었는데, 애초 3선을 노리던 권영진 시장과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도 나섰던 홍준표 의원의 양자대결로 좁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권 시장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흥미가 반감됐다. 그러다 지난 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대결구도가 성사됐다. 유 변호사의 등장은,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한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전국적인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의 출마 결정에 이른바 ‘박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친박의 표심이 ‘박근혜의 입’인 유 변호사와 대표적인 ‘친박 정치인’이었던 김 전 최고위원 가운데 누구를 택할지 등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세 명의 유력 후보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다른 곳에서 밭을 갈다 왔다는 점이다. 대구와 연고로만 보면, 홍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은 대구에서 중·고등학교를, 유 변호사는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나왔다. 하지만 홍 의원은 서울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경남도지사를 거쳐 대선에 도전했다가 2020년 총선에서야 대구 수성구에 둥지를 틀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경북에서만 국회의원을 세차례 지냈다. 유 변호사는 경기도 군포와 서울 송파에서만 네차례 국회의원에 도전했을 뿐이다.
출마 명분이 떨어지는 만큼 이들은 저마다 대구와 인연을 강조한다. 홍 의원은 “1995년 정치에 입문할 때 첫 출마지로 대구 수성구를 고려했고, 2년 전 갈 곳 잃은 저를 받아주신 곳이 바로 대구였다”고 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제 첫 직장은 대구 북구 옛 경북도청이었고, 3선 의원을 하면서도 대구·경북 예산을 알뜰히 챙겼다”고 강조했다. 대구와 인연이 가장 짧은 유 변호사는 “태어나 자라고 오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대구를 가장 사랑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장 자리를 둘러싼 거물급 정치인들의 정치공학적 접근이 부각되면서, 정작 중요한 시민들의 움직임과 외침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유 변호사가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출마선언을 하던 지난 1일, 당사 앞에서는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내고 이를 시당에 전달했지만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장애시민들의 권리운동을 지지하는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 장애학과 대학원생 모임’이 장애인 이동권 쟁취 투쟁을 ‘시민을 볼모로 한 비문명적 시위’라고 비판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사퇴하라”고 요구했지만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했다.
대구는 26년째 1인당 지역총생산(GRDP) 전국 꼴찌인 광역시다. 지난해 상용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도 전국에서 3번째로 적었다. 지난해 2만4천여명이 대구를 떠났는데 이 가운데 20~34살 청년이 1만여명을 차지한다. 후보들은 저마다 본인이 대구를 살릴 적임자라고 자신하지만, 정작 지역의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꼭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인물이 단체장이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왜 대구시장에 출마했는지 물음표를 뗄 수 있는 후보가 시장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욕심일까. 여전히 궁금하다. 그들은 왜 대구시장이 되겠다고 나섰을까.
gyuhy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