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을 앞둔 지난 1월18일 서울 여의도 시시엠엠(CCMM) 빌딩에서 열린 소상공인연합회 신년 하례식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세상읽기] 우석진 |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좀 늦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출범을 축하한다. 국민들이 새로운 대통령을 원했던 만큼, 새로운 인수위에 대한 기대도 크다. 인수위에 누가 들어갔느니 누가 빠졌느니 말도 많지만, 대한민국의 다음 5년을 책임질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주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많은 자영업자의 희생으로 버텼던 것이 사실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손해에도 불구하고 잘 버텨주었다. 이제는 국가가 답할 차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과정 중 약속했던 50조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지침을 공식화하였다. 인수위는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코로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해 정당하고 온전한 손실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히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게 준비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추경을 위한 문제는 크게 보면 두가지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이며 언제 시행할 수 있느냐다. 재정을 사용하기 위한 재원 마련 대책은 별것이 없다. 세금을 통해 돈을 걷거나, 국채 발행을 통해 돈을 꿔 오거나, 아니면 다른 지출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시점 문제도 취임 전이냐 취임 후냐로 나눠진다. 더 정확하게는 지방선거 이전이냐와 이후냐로 나뉜다.
윤 당선자는 재원 마련 대책으로 대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약속하였다. 지출 구조조정은 말하기는 쉬워도 하기는 어렵다. 올해 607조의 예산 중에 절반 정도인 303조가 법으로 지출이 정해져 있는 의무지출이다. 나머지 절반이 조정이 가능한 재량지출이다. 하지만 국방, 인건비, 계속사업비 같은 경직성 지출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조정하기가 힘들다. 2017년 예산실장 출신인 김동연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만들어낸 금액이 11조 정도였다. 그 정도가 지출 구조조정의 상한이라고 볼 수 있다.
2022년 예산은 여야가 합의하여 통과시켜놓은 것이기 때문에 구조조정 할 근거가 부족하다. 계획은 하였으나 부득이하게 못 쓰게 된 예산 같은 경우 지출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2020년 도쿄올림픽 참가를 위해 예산을 편성하였으나 코로나19로 예산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 명확했다. 이 경우 남는 예산을 조정해서 재난 지원 관련 예산으로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사건이 거의 없다.
평가를 통해 효과성이나 효율성이 낮은 사업으로 분류되는 재정사업의 경우에도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개 그런 사업들은 전년도 평가에서 걸러졌기 때문에 이제 일사분기를 지난 시점에서 그런 사업들을 솎아내기는 어렵다.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경우 직권남용의 소지가 발생할 수도 있다.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지출을 줄이거나 시기를 조정하는 것도 대표적인 지출 구조조정 방법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회간접자본을 줄이는 용감함은 기대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윤 당선자의 공약에는 감세안도 포함되어 있다. 당장 유류세 인하가 3개월 연장되었다. 인하 폭도 현재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도 폐지하기로 되어 있고, 종합부동산세도 폐지될 예정이다. 세입 확충을 위한 추경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제는 윤 당선자와 인수위 쪽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윤 당선자는 지속적으로 국가 부채에 대해 부정적인 자세를 견지해왔다. 지난 대선 토론 중에는 적정 국가 부채 수준에 대해 질의를 하면서 60% 정도를 상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로 인한 지출의 자연증가분을 고려하면 국가 채무를 늘리는 것은 윤 당선자 기준에서는 재정건전성을 해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니 적자 국채 없이 어떤 지출 구조조정을 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도 4월 추경의 의지가 있다면 윤 당선자는 홍남기 부총리와 마주해야 한다. 이미 홍 부총리는 이번뿐만 아니라 추경 추가 편성에 줄곧 부정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몇차례 홍 부총리와 충돌해왔지만 민주당은 쩔쩔맸으며 대체로 홍 부총리의 의지가 관철되어왔다. 이번에는 윤 당선자가 홍 부총리를 설득할 수 있는 안을 제안해야 한다. 방법이 없다면, 사실 50조란 것이 별 근거가 없었고, 재원 마련 방법도 적자 국채 발행 외에는 없음에 대해서 솔직히 사과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