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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중국의 속내를 읽는 방법

등록 2022-03-24 15:52수정 2022-03-25 02:31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줄곧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시 마리우폴로 진입하는 친러 반군 탱크. 연합뉴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줄곧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시 마리우폴로 진입하는 친러 반군 탱크. 연합뉴스

[특파원 칼럼] 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군사적으로 월등한 러시아가 약한 우크라이나를 선제 침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전쟁의 잘잘못은 이미 확실히 가려졌다. 어떤 상황이든, 어떤 목적이든 군사적 방법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명제는 이번 사건을 통해 국제사회에 널리 확산됐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방적인 비난 여론이 그 증거다.

중국의 입장은 모호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국 지도자와 외교 관련 인사들이 내놓는 입장은 대체로 이렇다. “모든 국가의 주권과 영토는 존중돼야 하고 유엔 헌장은 지켜져야 한다. 우크라이나 문제는 복잡하고 특수한 역사적 이유가 있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균형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를 비판하는지, 누구를 편드는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유엔 헌장은 또 무엇인가?

이를 풀어보면 이렇다. ‘(유엔 헌장에 써 있듯) 국제 평화와 안전은 유지되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이 속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이 러시아의 안보 불안을 키웠다. 사건의 근본 원인은 미국과 유럽에 있지만, 대화로 하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러시아도 잘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왜 이렇게 애매하게 말할까. 당장 버릴 수 없는 친구가 온 마을에서 지탄받는 행동을 했을 때,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가 중국의 고민이었을 것이다. 친구를 막무가내로 감쌌다가는 나 역시 함께 싸잡혀 비판을 받게 될 것이고, 반대로 친구를 강하게 비판했다가는 꼭 필요한 우정 관계에 금이 갈 것이다.

러시아 편을 들어야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은 둘을 모두 애매하게 비판하는 방법을 택했다. 바깥에서 보기에는 답답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나름 합리적인 접근일 수 있다. 이런 양비론적 태도 때문에 중국은 러시아의 행위를 아직 ‘침공’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있다.

진짜 중국 속내를 파악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중국 당국이 주민들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지, 혹은 어떤 신호를 차단하고 있는지 보면 된다. 특히 후자가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달 26일 쑨장 난징대 교수 등 중국 역사학자 5명이 이번 사건을 ‘불의의 전쟁’이라고 비판하는 입장문을 온라인에 올렸으나 2시간 만에 삭제됐다. 교수들은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가 약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전쟁으로 유린당한 경험을 가진 국가로서 우크라이나 인민의 고통을 공감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에는 중국 국무원 산하 연구소의 부이사장 후웨이가 “이번 전쟁에 어부지리는 없다. 중국은 주권과 영토의 존중이라는 일관된 입장을 감안해, 중립 입장을 버리고 세계 다수 국가 편에 서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미국 카터센터가 발간하는 ‘미-중 인식 모니터’라는 웹진의 중국어판에 실었다. 이 글이 중국 온라인상에서 주목을 받자, 곧 중국 내에서 해당 사이트에 대한 접근이 차단됐다. 두 글 모두 자극적이거나 선동적인 내용이 없었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거 전쟁에서 ‘삐라’를 뿌리며 여론전을 했다면, 지금 미국과 러시아, 중국은 정보기관에서 생산한 ‘첩보’ 등을 연일 온라인에 올리며 여론전을 편다. 중국의 주장 중에 경청할 만한 내용이 없지 않다. 특히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계속 전쟁을 벌여왔다고 비판하는 대목은 미국은 물론 이라크 전쟁에 파병한 한국도 아프게 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여론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당국의 언론 통제 때문이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고, 보여주기 싫은 것은 차단하는 정책의 한계다.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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