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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라도 하라

등록 2022-03-24 15:46수정 2022-03-25 02:31

2018년 6월13일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첫날인 3월2일 서울 영등포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한 후보자가 서류를 접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2018년 6월13일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첫날인 3월2일 서울 영등포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한 후보자가 서류를 접수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세상읽기] 서복경 | 더가능연구소 대표

6월1일 지방선거 68일 전이다. 중앙정치 수준에서는 지방선거 ‘선거구 제도를 변경하자’, ‘청년·여성 공천 30%를 하겠다’는 등의 논의가 무성하지만, 정작 동네 유권자들 눈에 후보자는 고사하고 예비후보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올해는 대선과 지선의 간격이 너무 좁기 때문’이라는 상황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돌이켜보자. 대선이 없었더라도 지금까지 지방선거는 늘 그랬다.

정당, 특히 두 큰 정당의 후보 공천은 후보 등록일에 다다라 간신히 이루어졌고,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선거공보물을 받고 나서야 후보를 알 수 있었다. 지방선거일 유권자가 7개 투표용지에 선택을 하기 위해 법적으로 보장된 선거기간은 14일이다. 제도와 정당의 행태가 이 모양인 조건에서 투표장에 나오는 유권자가 그저 고마워야 하건만, 선거가 끝나면 으레 ‘이번 선거도 지역주의 선거였다’, ‘줄투표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전문가나 언론의 평가가 다시 한번 유권자를 모욕한다. 민주정치의 경험이 쌓이고 코로나19, 기후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정치와 주민자치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어쩔 수 없이 이대로 치르더라도, 지방선거의 제도와 환경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때다.

제도적으로는 이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예비후보자 제도를 두고 있다. 정당의 공천 후보가 결정되기 전이라도 후보가 되려는 정치인은 선거운동을 하고 유권자도 선거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그나마 광역단체장 선거는 입소문이라도 나지만, 광역 및 기초의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경쟁하려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는 예비후보자들이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을 개시하기 전에는 알 길이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3월23일까지 등록한 기초의회 예비후보자 수는 1603명이다. 2018년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전국 기초의회 의원 정수는 2541명이었다. 법에 따르면 자치구·시의 예비후보 등록은 선거일 90일 전부터 할 수 있지만, 선거 70일을 앞두고 등록한 예비후보자 수가 정수 대비 63% 수준이다.

등록 예비후보자 비율을 정당별로 살피면 더불어민주당 31.6%, 국민의힘 50.0%, 진보당 5.1%, 정의당 4.2% 순이고 무소속이 7.9%였는데, 지역별 편차가 심각하다. 권역별 선거구 수 대비 예비후보자 비율을 보자. 대구·경북 지역에서 국민의힘 82.4%, 더불어민주당 4.4%, 정의당 2.4%, 진보당 1.6% 순이었고,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71.5%, 더불어민주당 12%, 진보당 6.4%, 정의당 2.8% 순이다. 반대로 광주·전남·전북 지역에서는 더불어민주당 71.5%, 진보당 8.1%, 정의당 3.3%, 국민의힘 0.8% 순이다.

지금 이 순간 영남 지역에서 사무실을 내고 명함을 돌리고 있는 기초의회선거 예비후보자 10명 중 7.5명은 국민의힘 정치인이고, 호남 지역에서는 반대로 10명 중 7명이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이라는 이야기다. 국민의힘 정치인이 유권자를 만나면서 다른 정당 이야기를 할 리 없고,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머지 정당 후보자들은 수가 너무 적어서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선거 환경을 만들어놓고 선거가 끝나면 또다시 유권자의 ‘줄투표’를 탓할 텐가.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지방선거에서 여성과 청년 공천 비율을 30%로 높이는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한다. 바람직한 일이며 꼭 결과를 내길 바란다. 그런데 현재 등록된 39살 미만 예비후보자는 전체 예비후보자 중 8.7%뿐이며 40대도 19%밖에 되지 않고, 50대 이상이 72.3%를 차지하고 있다. 청년보다 여성은 조금 상황이 낫지만 그래도 16%에 그친다. 지금 동네를 돌아다니는 기초의회 예비후보자 중 39살 미만 정치인은 10명 중 1명도 안 되고, 여성 정치인은 1.6명이라는 것이다.

정당이 청년이나 여성 후보자를 공천하는 최종 목표는 당연히 당선일 것이다. 그러면 그 정당 안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후보가 되든 그건 그 정당의 문제고, 일단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알아야 표를 줄 것 아닌가. ‘어차피 당 보고 표를 줄 것이니 공천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안일한 생각이 아니라면, 일단 정당들은 당내 경선이 시작되기 전이라도 예비후보자 등록을 하게 지원하고 그들이 유권자 눈에 보이게 만드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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