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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문화재의 귀환

등록 2006-02-20 18:48

유레카
상형문자가 빼곡이 적힌 로제타석은 이집트 프톨레미 왕을 찬양해 만든 기념비다. 인류 고대문화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열쇠를 제공한 역사적 유물이다. 애초 프랑스 원정대가 약탈해 해독에 성공했지만 영국군의 수중으로 넘어가 지금은 대영 박물관의 대표 유물로 전시된다. 이 박물관은 이집트 정부의 반환 요구는 물론, 교환 전시 요구조차 거부하고 있다. 대신 이집트 박물관에는 영국 쪽에서 똑같은 크기로 만들어 보내준 가짜 로제타석이 관람객을 맞는다.

18세기 말 이집트를 정복한 나폴레옹은 클레오파트라가 직접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한 신전에 사로잡혔다. 나폴레옹의 아내 조세핀은 이 신전 2층 하늘의 방에 새겨진 12궁도를 몸시 탐했다. 아름다운 12궁도는 지금은 새까맣게 그을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흉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프랑스가 약탈해간 직후의 모습을 이집트 정부가 그대로 복원한 때문이다. 12마리 동물이 하늘을 수놓은 별자리는 현재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광채를 내고 있다.

세계에서 대표적인 문화재 약탈국은 영국과 프랑스다. 대영박물관과 루브르 박물관은 아시아·아프리카 등지에서 가져온 유물이 그득한 ‘해가 지지 않는 박물관’이다. 최근 약탈 문화재를 돌려주자는 국제사회 움직임이 활발하지만 두 나라는 요지부동이다. 문화재 반환을 규정한 국제협약도 별 소용이 없다. 오죽하면 영국이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서 약탈해간 조각품 ‘엔진마블’에서 따온 ‘엘지니즘’이 문화적 약탈을 지칭하는 용어가 됐겠는가.

지난해 일본 야스쿠니 신사 모퉁이에 방치됐다가 경복궁으로 귀환한 북관대첩비가 다음달 1일 북한으로 간다. 원래 대첩비가 있던 함경북도 김책시 임명리 언덕에 복원될 예정이라고 한다. 고고학자들은 있어야 할 자리를 벗어난 유물은 원래 가치를 잃는다고 말한다. 공간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가늠할 수 없는 탓이다.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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