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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뉴노멀-종교] 풍수에 관한 상상, 누가 키우나

등록 2022-03-20 17:07수정 2022-03-21 02:31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오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국방부 주변 전경.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오전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국방부 주변 전경.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구형찬|인지종교학자

“기존의 청와대로 윤석열 당선자가 들어갈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지난 3월16일 당선자 대변인이 단호하게 선언했다. 20대 대통령 선거일로부터 일주일 만이었다. 그동안 당선자 쪽에서 나온 발언 중에서 가장 강력하고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사실 청와대 밖으로 대통령의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역대 정부와 현 정부에서도 곰곰이 따져봤던 일이다. 그러나 공간 확보, 경호와 보안, 비용 등 여러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다. 광화문에 집무실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던 당선자도 그러한 문제를 풀지 못해 결국 용산 국방부 청사를 대안으로 떠올리게 되었을 것이다.

‘용산 집무실’에도 많은 난제가 있지만 당선자는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고 자신하는 것 같다. 하지만 새 정부에 5년간 일을 맡기고 온갖 비용을 책임져야 하는 ‘주권자’ 국민의 입장에서는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특정 정당이나 해당 지역 주민만이 아니다.

대통령 취임일까지 남은 시간은 많지 않고 준비도 부족한데 집무실 이전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아무리 한집안 식구들이 살던 곳이라고 해도 이삿날 몸만 들어가도 될 정도로 깔끔하게 ‘풀옵션’을 갖춘 집이 아니라면 리모델링도 하고 세간도 다시 마련해야 한다. 집을 내주어야 할 식구들이 갈 곳도 마련해줘야 하고 그들의 고유한 업무와 살림살이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 원래 집을 어떻게 처분할지도 더 구체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초기 이사 비용도 문제지만 전체 비용도 거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는 정부 기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큰 과제다. 누가 봐도 결코 만만한 이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미 무를 수도 없고 미룰 수도 없는 일로 여기는 분위기다. 취임 첫날부터 반드시 새 집무실에서 일하겠다는 당선자의 의지가 너무도 분명하고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왜 이토록 서두르는 걸까? 당선자 쪽은 집무실 이전의 첫번째 이유가 ‘대국민 소통’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중요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체계적으로 준비하여 신중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계속 나오는 것이다. 오히려 지나치게 서두르는 모습에 혹자는 청와대의 위치가 ‘풍수적’으로 좋지 않아 불길하다는 비과학적 신념이나 누군가의 비밀스러운 조언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심과 걱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풍수라는 말에 화들짝 놀랄 필요는 없다. 풍수 논란은 현 정부에서 광화문 집무실을 두고 고민할 때도 불거져 나온 적이 있다. 그만큼 풍수는 한국 사람들에게 문화적으로 익숙한 아이디어다. 동아시아 문화권의 여러 나라가 그렇듯이 한국 역시 역사적으로 무덤터, 집터, 도읍지 등을 정하는 데 풍수가 큰 영향을 끼쳐왔다. 오클랜드대학교 지리환경학부의 윤홍기 교수는 전근대 한국 사회에서 풍수란 상서로운 환경을 선택하고 생태를 조절하는 독특하고 포괄적인 개념 체계였다고 말한다. 한국의 종교문화도 이러한 풍수의 영향을 배제한 채 논의될 수 없다. 다만 지금은 두 가지 사실이 흥미롭다. 첫째, 현대 한국 사회에도 풍수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는 것이고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중대사의 결정을 풍수에 의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집무실 이전을 서두르는 당선자의 행보가 왠지 의심스럽고 걱정된다는 사람들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 어깃장을 놓는 것으로 폄훼할 일도 아니다. 모호함은 상상을 자극한다. 상상의 소재는 이미 널려 있다.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면 그 상상은 쉽게 확신으로 변모한다. 그런데 그러는 동안 수많은 당면 과제가 시선을 벗어나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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