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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강석기의 과학풍경] 잇단 재난에 멀어지는 탄소중립의 꿈

등록 2022-03-15 18:50수정 2022-03-16 02:31

세계 주요 20개국(G20)이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출한 14조달러 가운데 불과 6%만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이 가운데 72%는 철도 확장 같은 간접 분야이고 27%만이 풍력발전소 건설 같은 직접 분야다.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은 1%에 불과하다. 네이처 제공
세계 주요 20개국(G20)이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출한 14조달러 가운데 불과 6%만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 이 가운데 72%는 철도 확장 같은 간접 분야이고 27%만이 풍력발전소 건설 같은 직접 분야다.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은 1%에 불과하다. 네이처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한때 케이(K) 방역을 자랑한 우리나라가 최근 일주일 확진자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정점을 지나고 있다. 그럼에도 세계는 확진자가 줄어들며 어느새 팬데믹을 풍토병으로 바꾸는 선언을 앞두고 있다.

지난 2년여 눈앞의 팬데믹에 시달리느라 인류는 한발 떨어져 있지만 훨씬 더 치명적인 상대를 외면해왔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가져올 대재앙이다. 물론 머리로는 상황을 인정하고 지난 연말에도 각국 정상들이 영국 글래스고에 모여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실천이 따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최근 학술지 <네이처> 기고문을 보면, 이런 배경에는 예상치 못한 재난인 코로나19 팬데믹이 한몫한 것으로 밝혀졌다.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에 돈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 중 탄소배출 줄이기에 기여한 부분이 미미했다는 것이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80%와 세계 경제의 85%를 차지하는 주요 20개국(G20)이 2020년과 2021년 2년 동안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14조달러(약 1경7300조원)에 이른다. 그 대부분인 91%는 보건 인프라 구축과 자영업자 손실 보상 등 온실가스 배출과 무관한 영역에 지출됐다. 불과 6%인 8600억달러(약 1000조원)만이 전기차 충전소 보급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보이는 분야로 돌아갔다. 게다가 3%는 석탄업계 보조금 지급 등 오히려 배출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대비 4.9% 늘어난 것으로 추정돼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참고로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로 전년보다 5.4% 감소했다. 2021년 배출량이 전년보다 4.9% 줄거나 최소한 유지됐어야 하는데 오히려 늘었으니 2050년 탄소중립 목표의 진실성이 의심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으로 원유 공급량의 12%를 차지하고 있고 천연가스 매장량도 세계 1위로 유럽 각국에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유가가 급등하자 에너지 위기를 느낀 각국은 최악의 온실가스 배출원인 석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작년 세계 석탄 생산량은 전년 대비 6%나 늘었는데 올해는 더 늘지 않을까.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르면 나라에 따라 2035~2045년 석탄발전이 퇴출돼야 하는데, 그렇게 될 것 같지 않다.

오늘날 인류가 확보한 과학기술력과 자본을 제대로만 쓴다면 2050년 탄소중립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이지만, 천재와 인재가 잇따르며 경제 우선 목소리가 커지면서 꿈이 멀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 대재앙은 불가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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