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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함께 살든 따로 살든, 평화롭게”

등록 2022-02-18 00:52수정 2022-02-18 02:33

[특파원 칼럼] 정인환
베이징 특파원

새해 벽두부터 북쪽이 미사일 시험 발사를 이어갔다. 지난달 19일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어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했던 신뢰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 볼 것을 해당 부문에 포치(지시·전달)했다”고 밝혔다.

‘선결적, 주동적 조치’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약속한 핵실험·미사일발사 유예(모라토리엄)을 뜻한다. ‘꼬마 로켓맨’과 ‘늙다리 전쟁광’이 말의 전쟁을 벌이며, 한반도를 전쟁의 위기로 끌고 갔던 2017년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닐 터다. 5년을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다.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가보지 않은 미답의 길이지만 우리는 분명한 구상을 가지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3월2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4년9개월여 임기 동안 문 대통령이 내놓은 수많은 발언 가운데 머릿속에 가장 뚜렷이 새겨진 말이다. 꽤 오래전부터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임에도, 차마 입에 올리지 않았던 말을 에둘러 꺼내 든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유엔 총회 결의 195호에 따라 ‘대한민국’은 1948년 12월12일 옵서버 자격을 얻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1971년 10월25일 유엔 총회 결의 2758호에 따라 중화민국(대만)의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를 중국이 넘겨받은 뒤에야 옵서버가 될 수 있었다. 남북은 냉전이 끝날 때까지 옵서버로 만족해야 했다.

1991년 8월8일 안보리는 결의 702호를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는 남과 북의 유엔 동시 가입을 총회에 추천했고, 그해 9월17일 총회 결의가 통과되면서 남북은 유엔 회원국 지위를 얻었다. 지난해는 남북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이었다.

국가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몬테비데오 협약(1933년) 1조는 △항구적 인구 △정해진 영토 △정부 △대외관계 능력 등을 국가의 4대 구성요소로 규정했다. 유엔 가입 이후 남과 북의 ‘국가성’에는 의심의 여지가 사라졌다. 외교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남쪽은 191개국, 북쪽은 160개국과 수교했다. 이 가운데 157개국이 동시 수교국이다.

“쌍방 사이의 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것을 인정하고….” 유엔 동시 가입 석달 뒤인 1991년 12월13일 열린 5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채택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 전문에 나오는 문구다. 남북 유엔 동시 가입은 한반도에 두개의 국가가 있다는 점을 국제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기본합의서는 ‘두개의 코리아’ 존재를 부정하는 것인가?

1971년 이후 국제법적으로 ‘국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대만의 입법원(국회 격)은 지난해부터 개헌을 논의하고 있다. 군사독재 잔재를 걷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지가 비슷한 우리로선 헌법 전문에 있는 ‘국가통일’이란 표현을 ‘국가발전’으로, 4조의 영토 규정을 ‘고유강역’에서 ‘헌법의 효력이 끼치는 지역’으로 바꾸려는 시도에 눈길이 간다. ‘하나의 중국’이란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하나의 코리아’는 어떤가? “함께 살든 따로 살든, 간섭하지 않고, 피해 주지 않고, 평화롭게”란 말을 새삼 되새긴다.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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