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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대선과 인권

등록 2022-02-03 18:19수정 2022-02-04 02:31

[세상읽기] 황필규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19대 대통령 선거 직후 문재인 정부의 ‘인권’을 처음 마주한 것은 소위 ‘청와대 민원 1호’로 알려진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건 관련 대응 과정에서였다. 남대서양에서 운항 중이던 화물선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하여 선원 22명이 실종됐다. 정부의 부실 대처에 대한 실종 선원 가족들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대선 직전, 예정되었던 수색이 갑자기 중단되었고 같은 시기 관련 소식이 국민안전처 ‘주요재난 안전 관리상황’에서 사라졌다. 새 정부는 추가 수색·구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새 정부는 피해 가족의 뜻을 충분히 반영한 수색·구조의 재개를 약속했다. 그러나 한달 가까이 이렇다 할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규정상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얘기를 꺼냈다. 결국 피해 가족들의 강력한 항의와 절규로 수색 선박이 간신히 단기간 추가 투입되었다. 정권 초기에 있을 수 있는 미숙함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피해 가족들이 국회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심해 수색장비 투입이 결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하고 가능했던 유해 수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후 연례행사처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추가 심해 수색 예산이 책정되었다가 증발해버리는 상황이 반복됐다. ‘청와대 민원 1호’가 5년 동안 해결되지 못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피해 가족들은 아직도 길거리에 머물고 있다. 정말 이럴 수밖에 없었을까. 다른 인권의 현장에서는 피해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였을까.

문재인 정부 초기 대통령 임기 전 기간을 관통할 5개년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의 수립은 인권적으로 매우 중요한 계기였다.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요청과 법무부의 의지로 관련 부처와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의 18차례에 걸친 분야별 간담회가 진행됐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성소수자와 이주민, 난민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유보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유지됐다. 국제사회가 그동안 한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차별금지법 제정, 노동3권의 보장, 국외 한국 기업의 인권문제도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인권의 원칙을 바로 세울 기회’를 놓쳤던 것은 아닐까. ‘나중에’가 결국 5년간 이어진 것은 아닐까.

당시 기본계획 수립을 담당했던 법무부는 근거가 되는 법률 규정이 없기 때문에 힘있게 추진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을 했다. 그런데 대통령 임기 말이 돼서야 ‘인권정책 기본법안’이 정부 입법으로 발의됐다. 정부 전체 차원에서도 국회에서도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정부 초기에 좀 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기본법의 의미를 널리 알리며 그 제정을 추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었을까.

코로나19 사태는 문재인 정부에 가장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의 과제를 제시한 위기이자 기회였다. 정부는 ‘연대와 협력’을 얘기했고, 취약계층에 대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그러나 ‘연대와 협력’이 있어야 할 자리에 ‘감염병 예방을 위한’ 통제와 배제가 자리 잡았고, 코로나19 사태의 전 과정에서 장애인, 홈리스, 이주민 등 소위 취약계층은 날것의 차별과 필수적인 특별한 보호의 부재를 경험해야 했다.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은데 정부는, 관련 당국은 정말 그것을 볼 수 없는 걸까.

대선이 바로 앞으로 다가온 현시점에 인권의 시선이 향해야 할 곳이 하나 있다. 2020년 2월19일, 코로나19로 인해 처음으로 한 생명이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아직까지도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한 죽음,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죽음, 그밖에 코로나19를 원인으로 한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제대로 된 추모와 애도의 시간을 가져보지 못했다. 추모와 애도는 인권의 문제다. 적어도 재정상의 문제나 정치적 논란 등으로 유보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평가와 자기성찰이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뭔가 차분히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대선 시기 인권이 존중되는 한국의 대통령 후보들 모습은 어때야 할까. 인권정책의 중요성을 논하며 기본법의 즉각적인 제정을 약속하고, 새로운 국가인권정책 기본계획의 방향과 핵심과제를 얘기하는 대선 후보들을 보고 싶다. 공적이고, 공개적이고, 광범위하고 사회적인 추모와 애도 분위기를 조성하고 확산시키려고 노력하는 지도자들을 만나고 싶다. 임기 내내 인권 현장에 항상 시선을 두는 그런 대통령을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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