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스톤스는 1963년 데뷔한 영국 록밴드다. 그들의 음악은 거칠고 퇴폐적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록의 정신인 저항과 자유를 담아내 큰 인기를 끌었다. 롤링스톤스의 ‘새티스팩션’(1965)과 ‘페인트 잇 블랙’(1966)은 그들을 전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다. ‘페인트 잇 블랙’은 베트남 전쟁 참상을 그린 스탠리 큐브릭의 <풀 메탈 재킷>(1987)의 주제곡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블랙핑크는 2016년 데뷔한 리더가 없는 걸그룹이다. 그룹 이름은 블랙과 핑크라는 서로 다른 느낌의 두 색을 합쳐 만들었다. 밝고 예쁜 색으로 표현되는 ‘핑크’를 어둡고 음습한 ‘블랙’으로 부정했다. ‘예쁘게만 보지 말라’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뜻이다. 노래도 그룹 이름처럼 블랙의 어두운 면과 핑크의 밝은 면을 보여주고 있다. ‘킬 디스 러브’가 블랙다운 노래라면, ‘아이스크림’은 핑크스러운 노래다.
별다른 관계가 없어 보이는 영국 록밴드와 케이팝 그룹을 최근 소환한 사람은 세계적인 투자자인 짐 로저스다. 로저스는 조지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만든 뒤 1970~80년 미국 에스앤피(S&P)500 지수가 47% 상승에 그치는 동안 수익률 4200%를 거둔 뒤, 37살에 은퇴했다.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로저스는 지난달 20일 우리나라의 한 대선 주자와 나눈 온라인 영상 대담에서 “한국은 38선이 열리면 분명히 세계 5대 열강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무기와 총, 총알에 많은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다른 많은 곳에 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 로저스는 자기 딸이 블랙핑크 팬이라면서 “롤링스톤스와 블랙핑크가 38선에서 공연하면 좋겠다. 블랙핑크를 데려오시면 내가 롤링스톤스를 한국에 보내겠다. 그러면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큰 파티를 열어 38선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투자자의 제안이 성사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제안의 참신함이 눈에 띈다. 영국 록밴드를 좋아하는 아버지와 한국 케이팝 그룹을 좋아하는 딸을 보면서, 노래는 민족·세대·이데올로기를 넘어 평화를 찾아가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북 선제타격론을 내놓은 또 다른 대선 후보가 로저스의 제안을 참조했으면 한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해 생각 없이 한 말이겠지만, 그런 말 한마디에 괜한 북한 도발만 불러와 한국 주가가 떨어지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만 가져오니 말이다.
정혁준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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