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을 지내면서 가족 회사를 통해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천억원대 관급공사를 수주한 의혹이 제기되자 국민의힘을 탈당했던 박덕흠 의원이 지난 연말 슬그머니 복당했다. 이를 승인한 국민의힘 충북도당은 검찰과 경찰이 1년4개월 동안 소환조사도 기소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혐의가 없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참 편리한 해석이다.
국민의힘 주장과 달리, 핵심 혐의인 관급공사 특혜 수주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는 한참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박 의원의 가족 회사와 관련 있는 건설사를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5월에는 공사 발주처인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도 압수수색했다. 2020년 9월 고발이 이뤄진 점에 비춰보면 수사 속도가 느린 것은 사실이나 강제수사에 착수한 상황은 분명하다.
반면 또 다른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는 말 그대로 감감무소식인 상태다. 박 의원이 대한전문건설협회장 재직 때 지인 소유의 골프장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여 협회에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고발된 사건인데, 검찰 수사에 진척이 없자 고발인인 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촉구 요청서를 내기도 했다.
검찰이 이렇게 수사를 지연시키는 것은 ‘봐주기 수사’의 한 유형이다. 수사에 손을 놓은 채 여론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무혐의 처분했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력 검찰 간부의 형인 윤 전 서장은 10년 만의 재수사 끝에 얼마 전 기소됐다. 박 의원의 경우 검찰의 수사 지연이 복당의 근거가 됐으니 이미 그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박 의원이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공사 수주라는 사적 이익을 챙긴 혐의는 불공정의 극치다. 이런 혐의를 받는 국회의원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 것 또한 명백한 불공정이다. 검찰의 수사 지연이 비판받아도 모자랄 판에 이를 이용해 당적을 되찾기까지 했으니 박 의원의 복당은 ‘이중의 불공정’이 작동한 결과다.
한 가지 더. 박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전국 41곳에 220억원 상당의 토지를 소유한 ‘땅부자 1위’ 의원이다. 그러나 지난해 ‘LH 사태’로 국민권익위가 정당 소속 의원들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할 당시 그 전에 탈당해 무소속 신분이었던 그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혜택’까지 누렸다.
박용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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